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는 길이 한걸음 가까워졌다.
애경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가습기살균제 책임을 동생인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짊어졌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채동석 대표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을 놓고
채형석 부회장이 애경그룹 승계에서 사회적 승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채동석 대표는 27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피해자 분들이 (애경산업을) 악질기업, 살인기업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부회장에 있는 동안 전부 안고 가겠다”고 말하면서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채동석 대표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서 상대적으로
채형석 부회장이 가습기살균제 책임에서 한 발 멀어진 셈이다.
채동석 대표가 맡고 있는 애경산업이 앞으로 피해보상까지 책임진다면
채형석 부회장은 법적 고발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인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2018년 11월 검찰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채동석 대표, 안용찬 전 대표이사 등 관계자 14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채형석 부회장도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검찰고발 이후에도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피해보상도 하지 않아 비판 여론이 높았다.
애경산업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2001년부터 판매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39명으로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오너일가로서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셈이 됐다.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은 이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외형적 준비는 사실상 마쳐 놓았다. 때문에 앞으로 가습기살균제의 문제 해결과정에 따라 회장 취임 시점을 더 당길 수도 있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애경그룹은 2012년 AK홀딩스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데다 2017년부터 각자대표체제로 조직을 개편해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채형석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안정적으로 확보해 뒀다.
채형석 부회장은 2019년 6월30일 기준으로 지주사 AK홀딩스 지분 16.1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어머니인
장영신 회장(7.43%)과 형제 등 특수관계인까지 지분을 포함하면 모두 64.88%에 이른다.
채형석 부회장은 현재 애경그룹의 핵심사업을 화장품과 항공 등으로 넓힌 주역으로 꼽히면서 경영능력도 입증해왔다.
그는 비누와 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학을 주력사업으로 하던 애경그룹을 유통과 항공, 부동산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형석 부회장은 특히 2004년 제주도와 함께 제주항공을 만들 당시 애경그룹이 항공사업에 전문성이 없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밀어붙여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을 키워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