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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에 중국 반도체 의지 더 강해져, 삼성전자 부담 더 커져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9-08-12 15: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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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한국을 겨냥한 일본 수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세계 반도체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 노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국과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중국 반도체 의지 더 강해져, 삼성전자 부담 더 커져
▲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3D낸드 반도체.

12일 중정망신 등 중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7월 말에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2천억 위안(34조3천억 원) 규모의 2기 정부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1기 펀드'의 약 1.5배 규모다.

중국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지원에 대부분의 자금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2014년부터 조성한 1387억 위안(23조7천억 원) 규모의 1기 반도체 정부펀드는 중국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능력을 키워 반도체산업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로 조성됐다.

이에 힘입어 칭화유니그룹과 YMTC, 푸젠진화 등 70여 곳의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중국 정부가 2기 반도체펀드의 규모를 대폭 키운 것은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고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주요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제재가 본격화되자 곧바로 2기 정부펀드 조성을 시작하면서 다수의 중국 기업을 투자자로 모집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국가에 반도체 의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미래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미국의 견제도 이전보다 더욱 거세지면서 중국정부의 현지 반도체기업 육성정책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일본 수출규제가 도입되자마자 중국 정부가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고 밝힌 점도 반도체산업 진출을 위한 중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수출규제의 영향으로 주춤한 틈을 노려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야심을 내보인 셈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 노력이 한국과 일본 무역분쟁 사태로 빛을 볼 수도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일본의 규제로 영향을 받는 한국 반도체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반도체소재와 장비산업을 내재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보도도 내놓았다.

한국이 뒤늦게 반도체 생산망을 국산화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과 달리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장점을 모두 반도체산업에 반영해 초기부터 폭넓은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관계 악화를 계기로 중국의 반도체사업 육성 노력이 더욱 힘을 받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기업과 경제 전반에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펀드를 통한 투자 지원이 중국 반도체기업의 생산 확대와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반도체업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중국 반도체기업은 연말부터 3D낸드 공정 기반의 낸드플래시를, 내년부터 D램을 양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반도체 대표상품이다.
 
일본 수출규제에 중국 반도체 의지 더 강해져, 삼성전자 부담 더 커져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중국은 정부펀드를 통해 현지 반도체 위탁생산기업 SMIC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물밑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분야에 133조 원의 투자를 발표하며 적극적 사업 확대를 예고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위탁생산기업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기업과 메모리반도체기업의 기술력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에 재차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투자 지원을 계속 늘리고 있는 만큼 한국 반도체산업을 추격하기 위한 노력에 갈수록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에 쏟아붓는 돈은 세계시장 판도를 흔들 수도 있는 수준”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반도체기업은 중국 정부의 지원에 맞서 자체적으로 반도체사업에 투자를 크게 늘리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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