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꾸준히 지원해 온 국내 대학의 반도체 관련 기초기술 연구가 중장기적으로 큰 잠재력을 갖춘 신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장기 경쟁력 향상을 위한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산학협력을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기초단계의 기술 연구지원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삼성전자가 ‘삼성 미래기술 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대학 연구팀에 지원하는 금액은 8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대학 등 연구팀의 기술 연구 프로젝트에 6826억 원을 들였는데 지원규모가 이보다 확대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육성사업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기초과학과 소재기술 등 다양한 기초분야 연구를 지원해 한국 과학기술의 중장기적 발전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연구비 지원대상에 선정된 44건의 대학 연구팀 과제는 화학과 생물학, 인공지능을 포함한 IT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장기간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지원은 점차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에 중장기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보이는 신기술 개발 성과로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기술 발전이 고도화돼 차별화가 어려워진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대학 연구팀의 기초기술 연구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경록 교수 연구팀은 최근 2017년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아 진행한 3진법 반도체 구현 기술을 공개했다.
2진법 기반의 기존 반도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효율을 높이고 정보 처리에 필요한 시간과 소비전력 등을 모두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로 상용화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에 이 기술이 반영된다면 다른 반도체기업이 따라잡기 불가능한 수준의 격차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김 교수 연구팀에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에서 신기술 구현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인프라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기술 발전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중장기 목표인 인공지능 반도체(NPU)와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도 삼성전자의 기술 연구지원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은 반도체 설계를 최대한 사람의 신경망 구조와 유사하게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단계부터 장기간 꾸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상반기에 4건의 대학 연구팀의 과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7월에는 반도체 소재와 패키징 기술,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구현을 위한 기술 개발 등에 관련한 대학 연구팀의 6개 과제도 추가로 선정돼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산학협력을 더욱 강화해 차별화된 기술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 2018년 8월 열린 서울대와 삼성전자의 산학협력 체결식. |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단은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파운드리포럼에서 “반도체업계의 다양한 기술 발전 성과는 협력없이 불가능했다”며 업계와 연구소, 학계의 경계 없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해 서울대와 산학협력 협약식에서 “반도체산업이 발전하려면 대학 연구 활성화와 인재양성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대학 기초 기술연구 지원은 반도체분야에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학들과 산학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지원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