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가 1조 5천억 원대 기술수출을 발판 삼아 코스닥 상장에 세 번째 도전한다.
19일 브릿지바이오테라휴틱스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상업화하던 사업모델에서 신약을 직접 출시해 판매하는 제약사로 도약을 추진한다.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뷰틱스 대표이사.
이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만 담당한다’(No Research, Development Only)는 것을 의미하는 NRD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NRDO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여 전임상부터 임상1상 또는 임상2상까지 진행해 신약의 가치를 높인 뒤 비싼 가격으로 다국적 제약사에게 기술이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NRDO사업으로 이번에 큰 성과를 거뒀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1조5천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BBT-877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2017년 국내 신약개발업체인 레고켐바이오에서 도입한 물질로 현재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코스닥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대표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코스닥 상장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첫 번째 기술특례상장 심사 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NRDO회사임에도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BBT-401은 막 임상1상을 시작하고 BBT-877은 전임상 이전 단계로 기술수출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어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첫 기술특례상장 실패 뒤 자체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연구시설을 마련하고 대웅제약과 BBT-401의 450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두 번째 기술특례상장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심사기관들이 그동안 NRDO회사는 기술력이 없고 사업모델이 모호하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기술수출로 실질적 성과가 나왔기 때문에 평가를 달리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RDO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으나 미국과 같은 바이오 기술의 선진국에서는 매우 보편화된 개념”이라며 “신약 개발회사가 NRDO로 물질을 기술이전하면 신약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 연구원은 “이번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성공사례를 통해 앞으로 NRDO회사로 기술이전에 호의적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 연구원의 예상처럼 최근 여러 국내 제약사들이 NRDO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도 국내에서 NRDO사업모델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줘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상장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은 NRDO 모델의 신약 개발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했고 LSK 글로벌 PS는 자회사 LSKNRDO를 세웠다. 한독은 미국의 NRDO 바이오벤처 트리거테라퓨틱스에 투자를 해서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술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세 번째 코스닥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기술평가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 등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평가상장은 올해 5월 시도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에 6개월 뒤인 11월에 가능하고 성장성 특례상장 신청은 기간 제약이 없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이번에 이뤄 낸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상장 주관사와 계속 협의하며 상장 재도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장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사업영역을 확장해 한단계 도약하고자 한다.
이 대표는 올해 2월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상장을 통해 추가자금을 확보해서 신약 후보물질을 더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임상2상, 임상3상 혹은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까지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려 한다”며 “이후에는 직접 출시와 판매까지 담당하는 제약사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