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 회장은 뼈아픈 실패를 안겨준 중국 마트와 백화점사업에서 철수한 뒤 이번에는 미국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롯데’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심축이었던 국내 유통사업이 시장환경의 변화와 경쟁심화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그룹의 지속적 성장과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5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3조6천억 원가량을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공장을 세운 데 이어 미국 호텔사업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미국 호텔사업에 비전을 지니고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소비자 접점이 높은 서비스 운영경험과 5성급호텔부터 비즈니스호텔, 라이프 스타일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호텔체인을 지니고 있는 만큼 미국 호텔사업에서 다각도로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015년 미국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하면서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북미시장에 진출했다. 뉴욕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한 사업이었다.
뉴욕팰리스호텔은 1882년 세워져 유엔(UN)총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각국 유명 정·재계 인사들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과 미국과 일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한 뒤 레스토랑, 연회장, 스파시설을 증축하고 서비스부문을 강화하면서 90%에 이르는 높은 객실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의 미국사업 확대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 투자유치와 맞물려 더욱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신 회장을 비롯한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보다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롯데그룹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 재차 감사인사를 전달하며 신 회장을 치켜세웠다.
신 회장은 올해 5월 백악관에 초청받아 트럼프 대통령과 투자 확대 및 상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대기업 총수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을 한 첫 사례였다.
신 회장은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일관되게 해외사업 확대에 무게를 실어왔다.
국경을 넘나드는 적극적 인수합병 등을 통해 내수시장 유통사업에 치중해있던 롯데그룹을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롯데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이 필수라고 봤다.
신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신흥국시장에서 전략을 재검토 하고 선진국에서 사업 확대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는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1991년 롯데상사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5개 계열사가 미국에 진출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 회장은 2011년 알라바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기지 투자를 시작으로 2013년 괌 공항면세점 진출, 2015년 뉴욕팰리스호텔 인수 등 미국사업에 모두 4조6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지속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