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사우디아리바이에서 수주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증진하는데 힘써왔는데 그 노력이 아람코와 사업협력으로 이어져 선박 수주를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26일 정 부사장은 그룹의 선박해양영업대표로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의 현지 합작조선소에 선박엔진공장을 세우기 위한 4억2천만 달러(4867억 원가량)의 합작투자를 결정했다.
정 부사장은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살만 조선산업단지에 사우디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짓고 있는데 이날 합작투자 결정으로 선박엔진공장까지 함께 만들게 됐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가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잇는 합작 조선소는 아람코 지분이 50.1%이며 현대중공업의 지분은 10%에 불과해 사실상 아람코의 소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우디의 조선산업 발전에 정 부사장이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정 부사장의 이런 노력은 현대중공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일감 확보로 되돌아올 것으로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해운사 바흐리(BAHRI)는 아람코와 용선계약을 맺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와 MR탱커(중형 액체화물운반선)을 모두 20척가량 발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바흐리의 선박을 가장 많이 건조한 회사라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이 이 선박을 수주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양유전 개발사업인 마르잔 프로젝트 등 자원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에게는 또 다른 수주기회도 열리고 있다.
공식화되지는 않았으나 조선업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마르잔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빈 살만 왕세자와 논의했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아람코는 마르잔 프로젝트의 1, 2, 4계획에 필요한 해양설비를 모두 55억 달러치 발주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개 계획에 모두 입찰했으나 1, 4계획을 미국 맥더못이 수주하면서 10억 달러 규모의 2계획 수준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5월 기준으로 올해 수주목표 178억 달러 가운데 28억 원가량을 확보해 달성률이 15.6%에 그친다. 1기의 가격이 LNG운반선 6척과 맞먹는 해양설비의 수주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
마르잔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해양 프로젝트로 정 부사장이 이번 만남을 마르잔 프로젝트 수주영업의 기회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설비 수주가 절실하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전에 발을 들였던 해양프로젝트 가운데 베트남 블록B 프로젝트는 계획이 지연됐고 호주 브로우즈 프로젝트는 입찰결과 발표가 2020년으로 미뤄졌다. 아랍에미리트의 IGD-2프로젝트는 스페인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양부문의 일감이 2019년 말이면 바닥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해양부문 인력의 일부를 전환배치하기 위한 인력 전환신청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 이외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만남은 사우디아라비아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조선사업을 논의할 상대로 정 부사장을 직접 지목했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이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에 공을 들여온 점이 빈 살만 왕세자를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2015년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성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직접 지휘했다.
이어 2016년에는 합작조선소 건설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과 아람코 경영진을 만났고 2018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주최한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에도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