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수를 추진하는 인텔의 통신반도체사업을 삼성전자가 사들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앞당기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수합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외부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증권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텔 통신반도체사업의 잠재적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의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공격적 육성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목표대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려면 기술과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통신반도체의 사실상 유일한 고객사였던 애플이 퀄컴과 거래를 재개하고 인텔과 5G 통신반도체분야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통신반도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애플을 제외한 고객사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통신반도체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의 통신반도체 특허와 개발 인력, 제품 등을 모두 넘겨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수금액은 최소 3조원 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텔은 울며 겨자먹기로 통신반도체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애플에 사업을 매각하는 일이 마뜩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인텔 통신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의 통신반도체 기술을 확보한다면 자체 브랜드 '엑시노스' 프로세서 시장 확대, 통신반도체의 시장 점유율 증가, 글로벌 고객사 확대 등에 탄력이 붙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출시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프로세서 대신 퀄컴의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를 탑재해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스마트폰업체가 엑시노스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도 드물다.
미국 등 주요국가의 통신사들이 아직 성능과 호환성을 확실하게 검증받지 않은 삼성전자의 통신반도체보다 퀄컴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이 시장 확대에 한계를 맞은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인텔 통신반도체는 이미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며 세계적으로 성능과 활용성을 검증받은 만큼 삼성전자가 인텔의 기술을 확보하는 일은 해외사업 확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강인엽 사장은 인수합병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 성장에 중요한 수단으로 앞세우고 있다.
강 사장은 18일 인공지능 반도체 설명회에서 "시스템반도체업계에서 1위를 단독으로 이루기는 쉽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신생기업과 대형 반도체기업 인수를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이뤄내려면 인수합병과 같은 적극적 투자로 성장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강 사장은 지난해 지디넷 등 외국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시스템반도체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와 인텔이 개발한 5G 통신반도체. |
삼성전자가 최근 그래픽반도체기업 AMD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도 외부와 협업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조기에 육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기업 NXP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 대형 시스템반도체기업을 삼성전자가 인수할 가능성도 증권가와 외국언론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시스템반도체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에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강 사장이 외부 투자를 활발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일과 13일에 강 사장을 포함한 반도체사업부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시스템반도체 투자 집행계획을 직접 챙기며 미래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의 성장전략에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사업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