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수요 부진과 경쟁사의 추격에 대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가 최근 새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일제히 시설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에 맞춰 삼성디스플레이도 대규모 투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앞으로 3년 동안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등 자금여력은 모두 4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쌓아둔 대규모 자금은 최근 보여온 보수적 투자기조에 따른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중소형 올레드 패널에 공격적으로 생산투자를 벌였으나 스마트폰 수요 감소에 대응해 2018년 초 투자를 일시중단한 뒤 투자에 소극적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2016년 9조4천억 원, 2017년 13조9천억 원에 육박했지만 2018년에는 3조9천억 원까지 줄어들며 현금이 늘어났다.
|증권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른 시일에 시설투자를 다시 공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수익원인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불안한 시장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SA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 출하량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2% 초반대의 증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저온폴리실리콘(LTPS)방식 LCD 출하량이 연평균 17%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저가형 LCD 패널을 사용하던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의 디스플레이 수요가 중소형 올레드 대신 대부분 고급형 LCD 패널로 이동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는 전력효율과 화질 등에서 장점을 갖췄지만 LCD와 비교해 비싼 가격이 근본적 약점으로 작용해 시장 확대에 한계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CD 패널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BOE 등 중국업체의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은 삼성디스플레이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사업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실적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올레드 패널사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결국 스마트폰 이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 TV 패널, 폴더블 올레드 패널, 차량과 노트북용 올레드 등으로 경쟁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며 “향후 시설 투자에 전략적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올레드사업 진출 분야를 확대하려면 새로운 제품을 양산할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 연구원은 2021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두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패널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우디에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확정했고 15.6인치 크기의 노트북용 올레드패널도 새로 선보이면서 공급처 다변화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노트북용 15.6인치 올레드패널. |
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노트북과 폴더블 스마트폰에 사용될 올레드패널 생산 설비만 증설하더라도 모두 35조 원에 이르는 시설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른 시일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 TV 패널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전자 계열사는 최근 들어 일제히 위기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의 투자를 발표했고 삼성전기는 부산과 중국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에, 삼성SDI는 유럽 배터리공장에 수천억 원대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G스마트폰과 전장부품 등 삼성전자의 주요 신사업분야에 모두 관련있는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만큼 전자 계열사의 투자 확대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계열사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경영진 간담회에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참석한 점도 그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장기 투자계획도 이 자리에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을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