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9-06-13 16: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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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티몬 새 대표이사가 ‘적자 탈출’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짊어졌지만 주어진 영업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9년 동안 누적적자만 8천억 원 가까이 되는데 전자상거래업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이진원 티몬 대표이사.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수익성 개선 필요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티몬은 2010년 설립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으며 현재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지난해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오히려 전년보다 적자폭이 늘었다. 현재 누적 적자는 7700억 원이다.
2년 동안 대표가 세 번이나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티몬은 2017년 7월 창업자인 신현성 이사회 의장이 물러나고 유한익 전 대표가 취임했다. 이후 1년 4개월 만에 이재후 전 대표로 교체됐는데 다시 8개월 만에 이진원 대표가 새로 선임된 것이다.
회사 측이 내년 초까지 분기 흑자, 2021년 연간 흑자를 내겠다는 목표를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티몬의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장차 매각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적자 축소가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티몬은 현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가 지분 80%가량을 들고 있다.
티몬은 2015년부터 4년째 연간 영업적자 1천억 원대를 내고 있다. 2017년에는 전년보다 손실을 300억 원 넘게 줄이며 상황이 나아지나 했지만 지난해 다시 손실 12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물론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적자행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쿠팡은 연간 1조 원대 적자에도 4년 만에 매출이 14배로 뛰는 무서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위메프는 쿠팡과 티몬을 포함한 3사 가운데 가장 적자규모가 적다.
반면 티몬은 매출이나 수익성에서 모두 눈에 띄는 성적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티몬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5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긴했지만 이는 지난해 손실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난 구멍을 메우기에 급급한 규모다.
상황이 이러니만큼 이 대표가 앞으로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늘리는 대신 직매입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손실이 확대된 주요원인이 직매입 판매인 슈퍼마트에 있기 때문이다.
티몬은 지난해 슈퍼마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늘면서 매출원가도 77% 급증했다. 매출은 올랐지만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했다.
경쟁사인 위메프를 보면 지난해 직매입 서비스인 원더배송을 축소하고 특가행사 등 마케팅비용을 늘리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지만 적자도 6.4% 축소됐는데 이 대표가 이와 비슷한 전략을 펼 수도 있다.
실제로 대표 선임과 동시에 이 대표는 매시간 새로운 상품할인을 제공하는 타임커머스를 하반기 주요전략으로 내세웠다.
티몬 관계자는 ”타임커머스 매장을 신설하면서 역대 최대 하루 거래액을 갱신하고 있다"며 "타임커머스 특가마케팅이 수익과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전략으로는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노리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임커머스도 사실상 가격마케팅인데 최저가 공세는 지금 누구나 하고 있다”며 “업체마다 각종 특가 이벤트가 너무 많아 소비자 피로가 높아진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가격 경쟁을 통해 수익성이 나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