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라돈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건설회사가 기존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놓고 모든 책임을 지라는 요구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공동주택과 관련해 라돈 관리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은 실내 공기질 측정대상에 라돈도 포함하지만 라돈 저감 조치 등과 관련해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만 규정한다.
신축 건물의 라돈 측정 의무도 2018년 1월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고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A아파트 등과 관련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포스코건설 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의 대형 건설사가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흡연과 함께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입주민들의 불안은 당연하다.
사정을 몰랐고 관련 법령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서 주택을 만든 시공사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논란도 처음 문제돼 법이 제정되기까지 8년이 걸렸고 그동안 6천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제2의 가습기 사태가 다시 일어나기 전에 포스코건설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공동주택의 라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안 이름을 이른바 ‘포스코건설 라돈방지법’으로 붙이고 포스코건설과 관계기관에 관련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라돈이 검출된 아파트의 미입주 세대에 소유권자 동의 없이 들어가 라돈 저감 코팅을 했다는 의혹을 놓고서도 “품질관리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진 라돈 저감 코팅이 이정미 대표의 검찰 고발내용처럼 무단 주거침입으로 재물의 효용을 훼손한 게 되는지 묻고 싶다”고 강경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까지 나서서 라돈 아파트대책을 공론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건설 측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부재’라는 기존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라돈석재 문제는 포스코건설뿐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 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지면 성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장기화한다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문제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 이전에 정부 및 관계기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부터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라돈 아파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11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지 반 년이 넘게 지났다.
“도대체 언제까지 준비만 할거냐”는 불안의 목소리에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