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올해 2월에 내놓았던 ‘한진그룹 비전 2023’을 이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새로운 경영개선안을 내놓는 방법으로 응답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부동산을 매각하고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한진그룹 비전 2023’을 올해 2월 중순 발표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비전 발표를 내놓은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주가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과 관련된 기대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다만 이제는 경영 발전방향과 관련된 구체적 실행이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한진그룹이 2월에 내놓았던 2023 비전에는 KCGI가 줄곧 요구해왔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를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만큼 조 회장은 우선 송현동 부지 매각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비전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에 위치한 토지다. 한진그룹이 2008년 2900억 원을 들여 7성급 호텔과 공연장, 갤러리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설립하기 위해 구입했지만 대법원이 학교 보건법을 근거로 관광호텔 건립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공터로 방치돼있다.
다만 KCGI가 2월 한진그룹의 비전 발표를 ‘미봉책’이라고 평가절하한 만큼 더 진전된 내용의 경영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의 비전 발표 직후 “한진그룹이 내놓은 방안은 KCGI가 제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며 “기존 경영진의 연임 및 대주주 이익의 보호를 위해 위기를 벗어나고자 급조된 임기응변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KCGI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지배구조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등 책임경영체제 확립방안이 한진그룹의 경영개선안에 빠져있었던 만큼 조 회장이 2월 비전 발표보다 더 진전된 형태의 경영 투명성 확립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히 2020년 3월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이 상정되는 만큼 조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KCGI의 공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발전된 경영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GI가 조양호 전 회장의 생전 지분에 육박하는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2020년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한진그룹이 KCGI가 내놓은 개선안을 대폭 수용한 새로운 경영쇄신안을 내놓는다면 경영권 분쟁 명분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