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6월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한미약품의 항암신약이 큰 주목을 받으며 한미약품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모두 8가지에 이르는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번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의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2016년 12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벨바라페닙을 기술이전한 뒤 병용임상 등 추가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흑색종, 대장암, 방광암 환자에게 진행한 벨바라페닙 임상1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특히 흑색종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이 23.5%로 결과가 좋았다.
객관적 반응률이란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벨바라페닙 이외에도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항암제 ‘포지오티닙’, 미국 제약사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항암신약물질 ‘오락솔’, ‘오라테칸’도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호중구감소증이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 치료로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항암신약 성과를 발표하며 ‘구관이 명관’임을 보여줬다”며 “미국에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품목허가 재신청 등이 이뤄지면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약품은 과거 항암신약 개발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치료 신약 후보물질 ‘올리타’를 당시 최대 규모인 약 8500억 원에 기술수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리타는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이 2016년 올리타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 글로벌 개발속도가 늦춰지면서 결국 상용화에 실패했다. 당시 올리타의 경쟁제품인 ‘타그리소’가 이미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출시돼 올리타의 경쟁력이나 상품성이 떨어진 것이었다.
권 사장은 올리타의 실패를 교훈삼아 신약 개발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로슈, 스펙트럼, 아테넥스 등 다양한 글로벌과 손잡고 항암신약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는 것도 신약 개발시간을 단축해 관련 항암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항암제는 환자들이 한 번 처방하면 쉽게 다른 제품으로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권 사장은 “한미약품의 항암신약들은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통해 빠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상용화를 위한 속도감 있는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약 개발에서 속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약품의 항암제 개발성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보완 요청을 받아 품목허가 신청이 자진 취하된 상태이지만 약효나 안전성 등 본질적 문제가 아닌 만큼 올해 안에 재신청될 것”이라며 “항암제 포지오티닙의 임상2상 결과는 4분기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