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홍기택 산업은행장 |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조선업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조선3사의 실적과 미래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등 3곳을 관리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중이고 대한조선은 법정관리중이다.
두 기업은 중국 조선업체들의 상선분야 저가수주 공세로 적자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더불어 국내 조선 '빅3로 꼽힌다.
문제는 그렇게 잘 나가던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1분기에 8년반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사들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홍기택 회장으로서 그나마 믿었던 대들보인 대우조선해양이 흔들리는 상황이 뼈아프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이 최근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조선3사의 CEO를 일제히 교체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경영효율을 추구하려고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 대우조선해양, 상황이 점점 나빠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금융위원회가 12.2%, 국민연금이 8.1%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년 동안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냈다. 2012년 매출 14조578억 원과 영업이익 4863억 원, 2013년 매출15조3053억 원과 영업이익 4409억 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은 16조7863억 원, 영업이익은 4711억 원을 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저가수주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
|
|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 |
그런데 잘 나가던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매출 4조4861억 원에 영업적자 433억 원을 기록했다. 2006년 3분기 이후 8년반 만의 적자전환이었다. 당기순손실도 1724억 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도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325.93%였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73.54%까지 올라갔다.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장기간 실적부진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강한 실적회복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 STX조선해양 어떻게 하나
홍기택 회장의 또다른 고민거리는 자율협약중인 STX조선해양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지분 48.15%를 보유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경영정상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채권단이 지원한 돈만 3조 원이 넘는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매출 2조9416억 원, 영업손실 1조5668억 원이라는 충격적인 경영실적을 냈다.
그나마 정성립 전 사장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지난해 매출 2조9986억 원, 영업손실 3137억 원으로 손실폭을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흑자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STX조선해양의 자회사인 STX프랑스 매각 문제도 산업은행에게 고민거리다.
|
|
|
▲ 이병모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
STX프랑스는 해체된 STX그룹이 보유했던 유럽조선소인데 프랑스정부는 산업은행에게 조속히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게 인수검토를 요청했지만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 오히려 거센 반발만 낳았다. 누가 봐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게 애물단지를 떠넘기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STX프랑스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산업은행도 "인수를 검토해보라고 했을 뿐 결정된 것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STX프랑스가 대우조선해양에 매각된다면 또 다른 후폭풍이 불게 뻔하다.
◆ 법정관리중인 대한조선
대한조선은 법정관리중이다. 산업은행은 대한조선의 최대채권자이자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대한조선의 경영을 대우조선해양에게 맡겨 놓고 있다.
그런데 대한조선은 아직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조선의 매출은 지난해 3883억 원으로 전년의 1356억 원에 비해 176%나 늘어났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564억 원으로 2013년 554억 원에 비해 손실폭이 더 커졌다.
대한조선의 부채총계도 지난해 말 기준 6594억 원이나 돼 2013년 4570억 원에 비해 44.2%나 증가했다. 자본총계는 부채보다 적은 4353억 원에 불과하다.
홍기택 회장은 최근 한성환 대우조선해양 전무를 대한조선 새 사장으로 선택했다. 한 사장은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홍 회장의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조선이 법정관리를 졸업하려면 조속한 흑자전환이 필수적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2017년 상반기까지 수주물량이 확보되어 있다”며 “2016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홍기택, 조선3사 경영 일원화 추진하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개별기업이 아닌 산업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며 “그래야만 기업별 형평성 문제가 안 생기고 전체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
▲ 한성환 대한조선 대표이사 |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으로 건설, 해운과 함께 조선업을 지목했다. 조선업종이 겪고 있는 현 상황을 개별기업 차원에서 풀기보다 '업종' 자체의 구조조정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은행 내부에서 당장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조선3사의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동구매 등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 적자를 줄여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자재 등을 공동구매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일감을 골고루 분배해 저가수주로 힘든 STX조선과 대한조선의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있는 조선3사 사장을 일제히 임명한 것을 놓고 경영 일원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임명된 조선3사의 사장들은 모두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에 대우조선해양 출신이다.
조선3사의 경영일원화 방안으로 대우조선해양이 기술을 이전해 STX조선해양이나 대한조선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법도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과 대한조선을 포함한 중소 조선사들을 상대로 LNG선 특허기술을 무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동반성장을 위해 중소조선사들에게 LNG특허기술을 개방했다"며 "자재 공동구입 등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