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누구의 품으로 안길까?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 UBS 등 넥슨 매각주간사들이 미국에서 24일부터 진행한 본입찰이 31일 마감된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이 넥슨 인수에 뜻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이 무산돼
김정주 NXC 대표이사 손에 남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넥슨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는 31일 현재 넷마블과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 한국기업과 KKR, 베인캐피탈 등 해외 사모펀드운용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매각주간사들은 입찰 참여기업을 발표하지 않는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31일 입찰이 마감되는 만큼 막판에 추가로 입찰에 참여하는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넷마블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중 승자가 나올 것이라는데 대체로 일치한다.
넷마블은 넥슨의 지식재산권을 매력적이라 보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넷마블은 유일하게 인수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예비입찰 이후 전략을 드러내는 데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바람의나라’, ‘크레이지아케이드BnB’, ‘카트라이더’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지식재산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넷마블은 외부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데 강점이 있는 만큼 넥슨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가장 많이 낼 회사로 꼽힌다.
현재 넷마블이 게임 순위권에 올려둔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 레볼루션’과 ‘킹오브파이터 올스타’ 등은 각각 엔씨소프트와 일본 게임회사 SNK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제공받아 넷마블이 제작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양질의 지식재산권과 개발력, 브랜드가치를 본격 재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넥슨 인수는 긍정적이며 넷마블이 우량한 지식재산권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라고 바라봤다.
방준혁 의장이 과거 목표로 잡은 ‘2020년 매출 5조 원’을 달성하려면 넥슨 인수가 꼭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넷마블이 충분한 자금을 꾸렸을지는 불투명하다. 애초 MBK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개별 참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넷마블이 단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2조 원 수준이다. 넥슨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넷마블과 결별하고 개별적으로 입찰한 것으로 파악된다.
넥슨은 게임이라는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MBK파트너스는 애초에 전략투자자와 함께 인수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넷마블 등에 대출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직접 경영을 통해 넥슨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게임 개발역량을 보고 넥슨 인수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게임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는 개발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설립하며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에는 게임 유통에 사업이 편중돼 있었다면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 경험이 쌓일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현재 자체 제작 게임들이 매출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넥슨을 인수한다면 캐주얼게임을 제작할 때 카카오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이외에 넥슨의 지식재산권도 사용할 수 있게 돼 빠르게 외형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카카오도 개별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자금을 충분히 마련했을지 미지수다. 카카오 역시 단기에 융통할 수 있는 자산은 2조 원 정도다.
매각 진행 초기부터 유력 인수후보로 지목됐던 중국 정보통신기술기업 텐센트는 본입찰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신 우선협상자가 정해지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법이 점쳐진다.
이런 상황을 가정한다면 넥슨 지분은 어떤 경우든 텐센트에 일부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금이 부족한 넷마블 카카오와 물밑 협상을 진행해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을 인수한 뒤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점을 미뤄볼 때 MBK파트너스에 적합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운영하는데 매년 넥슨에 저작권 사용료로 1조 원 정도를 지불한다. 텐센트는 이 비용을 내부화하기 위해 넥슨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제작했다.
이렇게 넥슨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몇몇 있지만 실제로 매각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나온다.
김정주 NXC 대표이사의 마음에 드는 인수후보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가 미국 월트디즈니컴퍼니에 직접 찾아갔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김 대표는 마음에 둔 기업이 있는 것이다.
매각절차는 그동안 다사다난했다. 본입찰 일정은 세 번이나 미뤄졌다.
2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본입찰은 애초 4월로 예상됐다. 그러나 5월15일, 5월24일로 거듭 연기됐다. 24일 하루로 예정돼 있던 본입찰기간을 31일까지 늘이면서 사실상 한 차례 더 미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매각을 철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1월 매각 추진이 처음 알려진 뒤 입장문을 내고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NXC 관계자는 31일 “매각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