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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 투자영업이익 크게 늘어, 보험료 인상 논란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5-25 06: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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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역대 최고수준으로 치솟은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가 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손해율이 77%를 넘길 경우 사업비용까지 합쳐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된 비용이 더 많아져 손해를 본다.

손해보험사들은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장기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를 넘어섰다. 자동차보험도 손해율도 88%대에 이른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영업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면서 손해율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장기보험 보험료도 전반적으로 인상할 계획을 잡아놓았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보험료 인상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손해보험사들은 왜 장기보험의 보험료를 올릴까

손해보험사들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기보험 손해율이 급격하게 높아지자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손해율이 1%만 높아져도 15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오는 6월부터 장기보험의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한다. 보험료 산정기준인 예정이율을 0.25%포인트씩 인하하면서 보험료가 기존보다 최대 1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 투자영업이익 크게 늘어, 보험료 인상 논란  
▲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예정이율은 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싸진다. 반대로 낮아지면 보험료는 비싸진다.

손해보험업계 1위 회사인 삼성화재는 지난 4월 운전자보험이나 건강보험 가운데 만기가 15년 이상인 장기상품을 대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했다. 4월부터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그전에 가입한 고객보다 6~10% 오른 보험료를 내야 한다.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도 6월부터 만기 1년 이상의 보장성보험 보험료를 산출할 때 쓰이는 예정이율을 이전의 3.50%에서 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동부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7월 예정이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화재 등 중소형 보험사들도 올해 하반기에 예정이율을 연이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손해율은 92%를 넘겼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가까이 상승했다.

손해보험사들은 그동안 자동차보험 등에서 발생한 보험영업 적자를 장기보험에서 나는 수익으로 채웠다. 하지만 장기보험 손해율은 2010년 81.1%에서 5년 만에 90%를 넘기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영업 적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특히 장기보험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실손의료보험을 손해율 상승의 최대 원인으로 꼽는다. 실손의료보험은 고객이 병원이나 의원 혹은 약국에서 실제로 쓴 의료비 가운데 최대 90%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26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보편적 상품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4년 동안 실손의료보험에서만 1조4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손해보험사들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분야의 치료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급여 보장 실손의료보험상품을 상당수 팔았다. 최근 비급여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하는 보험금이 급증한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장기보험 손해율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겨울철의 특성을 감안해도 상승세가 지나치게 가팔랐다”며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최근 5년 동안 보험료를 사실상 올리지 않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보험료 인상효과 나타나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올해 손해율이 약간 줄어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가 소폭 인상되면서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사고와 직결되는 만큼 손해율이 다른 사업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해 말 평균 90%대까지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손해보험사의 실적악화에 직접적 원인이 됐다.

손해보험업계는 저유가 현상으로 자동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올랐다고 보고 있다. 블랙박스 설치차량이 늘어나면서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으로 수입이 감소한 점도 영향을 줬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손해보험회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보상제도의 지급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라며 “보상제도가 느슨하게 운영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보험금 누수현상이 생기기 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해보험사 투자영업이익 크게 늘어, 보험료 인상 논란  
▲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업무용이거나 버스, 화물트럭 등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9%까지 인상했다. 2010년 이후 실질적으로 4년 만에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한 것이다.

악사손해보험을 비롯한 온라인 전용 손해보험사들과 한화손해보험 등 중소형회사들의 경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보험료도 최대 2.8%까지 올렸다.

그 뒤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은 올해 1분기에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평균 80%대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여전히 적정수준인 77%보다 훨씬 높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1%까지 이르렀던 점을 감안하면 손해율은 상당히 내려갔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주로 지난해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는 10%, 업무용은 4% 이상 보험료를 인상했다”며 “중소형 회사들도 개인 보험료를 2% 가까이 올린 점이 곧 실적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보험료 인상만이 해결책일까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을 낮춰 손실을 줄이려면 보험료를 현실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의 경우 올해 1분기 본업인 보험영업 부문에서 431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은 계속 늘고 있는데 보험료 수입은 제자리걸음이니 손해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료 인상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규제나 장애물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손해보험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보험료 인상을 막던 규제 가운데 일부를 폐지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상품의 보험료를 조정할 때 손해율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적 권한을 준 것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받은 보험금을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도한 보험료 인상요구는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해보험사들은 그동안 손해율 상승과 함께 저금리 기조에 따른 투자영업이익률 하락도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주로 투자했던 채권금리가 저금리로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영업이익률도 함께 낮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 채권 판매와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투자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은 1분기에만 투자영업이익으로 116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19.1% 증가한 것이다. 이들 4곳은 이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이 522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16.6%나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고 전반적인 보험혜택도 축소하는 일이 지난해부터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보험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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