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평 LG전자 최고책임기술자(CTO) 사장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AI칩)로 시스템반도체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닦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LG전자 핵심사업인 가전제품과 로봇 등에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를 자체 개발함으로써 제품 성능의 차별화와 원가 절감을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
22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노베즈(Technobezz)는 "LG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AI칩)을 자체 개발했다"며 "이는 ARM, 엔비디아, 인텔 등으로부터 더 이상 인공지능 반도체를 공급받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와 달리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전사업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로봇사업, 전장사업 등은 모두 제품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적용해 성능을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시스템반도체(SIC)연구소를 사장 직속으로 옮겨 직접 챙길 정도로 기술 확보에 공을 들였다.
박 사장은 SIC연구소에서 맡고 있던 디스플레이 반도체사업도 지난해 6월 실리콘웍스로 넘기며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집중했는데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로 첫 성과를 냈다.
LG전자 인공지능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반도체 ‘엑시노스’와 비슷한 시스템반도체로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지능 프로세서 ‘LG뉴럴엔진’이 내장됐다. 로봇청소기를 시작으로 가전제품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한 제품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On-Device)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아도 인공지능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스마트홈 구현에 용이하고, 개인정보도 안전하게 보호된다.
LG전자는 반도체의 설계와 디자인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칩의 양산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로 애플과 퀄컴의 최신 AP를 생산하는 대만 TSMC에 맡긴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와 가전, TV세트, 부품 등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해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하면서 스마트홈 구현에 앞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도체 공급을 외부기업에 의지해 왔던 LG전자로서는 이런 면에서 경쟁사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었으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성공으로 가전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초석도 마련하게 됐다.
LG전자는 관계자는 “인공지능 분야의 핵심부품인 인공지능칩을 내재화하는 것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서가게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으로 박 사장이 시스템반도체 개발의 보폭을 넓혀 전장부품에 들어갈 인포테인먼트 구동용 반도체 기술까지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가 전장부품사업에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 완성차업체에 솔루션 형태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인포테인먼트 구동용 반도체 기술 확보는 여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박 사장은 기업, 연구소 등 외부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솔루션을 고도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 사장은 “LG전자 인공지능 반도체는 LG전자 제품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앞으로도 진화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