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새 스마트폰을 놓고 불법보조금이 다시 활개를 치면서 단통법에 ‘불법을 부추기는 법’, ‘다같이 비싸게 사서 호구되자는 법’이라는 등 불명예스러운 딱지만 붙고 있다.
‘알고사’, ‘뽐뿌’ 등 소비자 관련 사이트에는 5G 스마트폰을 ‘0원’에 살 수 있는 대리점을 비롯해 현금을 받고 5G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정보까지 올라오고 있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5G스마트폰 ‘V50 씽큐’를 놓고 12만5천 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77만3천 원의 합법적 ‘공시지원금’을 내걸었다. 여기에 판매대리점은 최대 11만5950원(77만3천 원X15%) 규모의 ‘추가지원금’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단통법이 공시지원금의 15%를 판매대리점이 추가 할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V50 씽큐는 정가가 119만9천 원인 만큼 합법적 지원금만 받는다면 적어도 31만50원은 내야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금 10만 원 혹은 30만 원을 받고 V50 씽큐를 손에 쥐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4년 9월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 불법보조금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불법보조금 지급은 새 휴대전화가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다.
지난해 2월 ‘갤럭시S9’와 ‘V30S씽큐’가 동시에 출격했을 때에도 8월 ‘갤럭시노트9’가 나왔을 때에도 불법보조금이 대량 살포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통법이 시행되고 난 뒤 4년 동안 이통사들이 지급한 단통법 위반 과징금은 886억 원가량이다. 같은 기간 이통사들이 쓴 마케팅비용이 30조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통사가 벌금을 내더라도 가입자를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 주말 공짜 5G폰 등장 등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 지급 의혹이 확산되자 이통3사 관계자들을 불러 경고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런 조치가 벌금을 감내하면서라도 가입자를 유치하고 단말기를 팔려는 업체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로 단통법 시행이 5년째가 됐다. 하지만 단말기 값이나 이동통신 이용료가 내리지는 않았다. 적어도 이용자 측면에서 단통법을 통해 얻은 혜택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부가 뿌리 뽑겠다던 불법보조금은 여전히 눈치 빠른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차별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단통법은 소비자들을 법을 지키는 ‘바보’가 될지 음지에서 정보를 캐 불법보조금의 혜택을 누릴 지 선택하게 만들었다.
가입자 확보와 판매량 증가를 원하는 이통사들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을 시장의 원리에 내맡기면 오히려 소비자의 혜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단통법이 없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자조섞인 한탄이다.
이통사들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내놓는 공시지원금 규모를 살펴보면 제품의 출고가를 낮추는 것이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방통위의 각성과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