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역량을 키울 유력한 선택지를, 하나금융지주는 ‘약체’로 꼽히는 하나카드의 경쟁력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
3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가 MBK파트너스의 손을 잡고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유력하게 관측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유력한 후보자로 점쳐졌다.
하나카드는 정보통신(IT), 롯데카드는 유통 부문에 특화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하게 되면 사업적 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인력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롯데그룹은 매각가격 외에도 임직원의 고용보장을 핵심 고려사항으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약체’로 꼽히는 하나카드를 상위권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만큼 상당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 위주의 고객기반이 탄탄한 데다 회원 수가 770만 명 정도에 이르러 카드업계에서 탐나는 매물로 꼽혀왔다.
하나카드가 롯데카드와 합병하면 순이익 규모가 2천억 원 정도로 늘어나 단숨에 업계 3위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하나카드 인수전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유상증자 없이 인수합병 자금으로 1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으며 4월 265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카드 인수에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바라봤다. 업계에서 롯데카드의 몸값을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봤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지주는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롯데카드의 지분 20%만 차지하고 60%는 MBK파트너스에 내주기로 했지만 수년 후 MBK파트너스가 지분을 재매각할 때 우선적으로 협상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상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가 장기적으로 롯데카드를 온전히 품에 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던 이유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이자장사’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 데다 금융당국에서 서민계층에 금융 지원을 강화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실적을 내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더구나 금융지주 순위 경쟁까지 비은행부문의 약진 여부로 갈리고 있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로서는 롯데카드를 놓친 것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2006년 LG카드 이후 13년 만에 나온 대형 카드사 매물로 금융지주한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