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 시설투자 규모는 세계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 부진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일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사업 가치는 경쟁사보다 저평가된 상태"라며 "하반기부터 실적을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가 하반기에 BMW와 폴크스바겐, 랜드로버 등 유럽 주요 고객사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늘리며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62.2% 늘어난 2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SDI는 중장기적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2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분야에 계획하고 있는 생산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이런 목표를 이뤄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최영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능력이 2020년 약 3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100GWh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40GWh, SK이노베이션은 100GWh, 중국 CATL은 200GWh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파나소닉과 중국 BYD를 포함한 상위 6개 배터리업체의 2025년 배터리 생산능력 추정치와 비교하면 삼성SDI의 생산 점유율은 11%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최 연구원은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강력한 시장 지위를 갖출 수 있는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와 전환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4월30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투자가 보수적이라는 일부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의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증권사의 예상대로라면 삼성SDI는 결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5위권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최 연구원은 "삼성SDI의 기업가치에는 결국 전기차 배터리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확보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직 강력하게 주식 매수를 추천할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