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제로(0)’로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제로페이’의 시장 안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함께 소득공제 혜택 확대 및 각종 편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박 시장의 서울시장 선거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이 전국적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박 시장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사업이 된 제로페이.
제로페이의 성공 여부가 박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김디모데 기자, 최석철 기자
곽보현(이하 곽) :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로페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디모데(이하 김) : 박 시장은 3선 시장으로 서울시를 맡은 지 벌써 8년이 다 돼 갑니다. 스스로 조선시대 한성판윤까지 통틀어 최장수 서울시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박 시장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사업이 없습니다.
곽 : 박원순 시장 하면 딱 떠오를 사업이 왜 필요한 거죠?
김 : 다음 스텝을 위해서겠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같은 성과들을 내서 대중에게 분명히 각인이 됐고, 그것을 발판으로 대통령까지 당선이 될 수 있었는데요. 박 시장이 다음 단계 즉, 대선후보로 나아가려면 무언가 ‘강력한 한방’ 필요한데 아직까지 없으니 박 시장으로서도 답답할 노릇일 겁니다.
▲ 박원순 서울시장.
곽 : 제로페이가 성공하면 박 시장은 탄탄대로 대권으로 가는 건가요?
김 : 박 시장이 작년 지방선거 3선으로 출마를 하면서 공약 중에서 제일 먼저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으로 ‘서울페이’라는 것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대책의 하나로 제로페이를 채택하면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게 된 거죠.
박 시장의 공약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대선을 노리는 박 시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입니다. 게다가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시스템이기 때문에 서민층에게도 호소력을 갖출 수 있고 경제에 능한 리더라는 이미지도 가져 갈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고 볼 수가 있죠.
곽 : 중요한 것은 제로페이가 성공을 하느냐인데, 잘 되고 있나요?
최석철(이하 최) : 제로페이는 지난해 12월에 시범사업이 시작해 올해 4월까지 가맹점 12만 곳을 넘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비와 비교하면 실적은 제로 수준입니다.
곽 : 제로 실적이라고요?
최 :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간편결제와 비교했을 때 결코 간편하지 않은 ‘불편결제’인거죠.
곽 : 제로페이는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자체적 앱이 없습니다. 개별 은행앱을 통해 입력하는 방식이라 은행앱 로그인도 따로 하고 QR코드 찍고 금액 넣는 식으로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가맹점주들은 어떻죠?
최 :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손님이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면 가맹점용 모바일앱에서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이 각 매장의 포스기와 연동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손님들이 몰리면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번거로운 거죠. 또 누가 얼마나 결제를 했는지 누가 결제를 하지 않았는지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곽 : 그런데도 가맹점주들이 제로페이앱을 깔았나 봅니다?
최 : 가맹만 계약해놓고 실제로는 모바일앱을 깔지 않은 가맹점주도 있고요. 일부 상인들은 자꾸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앱을 깔았는지 확인을 하니까 귀찮아서 깔았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공무원들로서는 서울시에서 이 가맹실적을 각 구의 교부금에 반영하겠다고 해서 등 떠밀리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곽 : 야심차게 내놓고 열심히 홍보 중인데 잘 안되고 있으니 박 시장 속이 많이 타겠네요.
최 : 속이 굉장히 많이 탈 겁니다. 박 시장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당내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박 시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비주류이고 86그룹, 친문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박 시장이 여의도 개발계획을 내놓았다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자 전면 보류한 것만 봐도 박 시장과 정부 여당의 엇박자가 느껴지죠.
이렇게 당내 지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시장은 어떻게든 서울시장으로서 승부를 봐야 민주당 대선후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마 그 핵심을 제로페이로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곽 : 제로페이 광고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소득공제 혜택입니다. ‘착한 서울시민 당신에게, 47만 원이 돌아옵니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달성하기까지가 힘들고, 관련된 법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최 :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일반적 소비자들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 광고는 제로페이 사용액의 40%를 소득공제액으로 인정해주겠다는 부분을 홍보하는 겁니다.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혜택이긴 합니다. 다만 광고대로 소득공제 환급액을 받으려면 소득공제액 한도를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로 늘려야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한도를 늘리려면 조세특례제한법도 개정돼야 하는데 일단 광고부터 시작한 거죠.
곽 : 법도 통과 안 됐는데 이렇게 광고부터 하면 과장광고 아닌가요? 금융감독원에서는 금융상품 과장광고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는데 제로페이는 단속을 안 하나요? 그리고 지금 여야가 다른 이슈로 싸우고 난리가 났는데 그 법안이 언제 통과가 되겠습니까? 그거 말고 또 다른 혜택도 내걸고 있지요?
최 : 이밖에 공공·문화시설에서 제로페이 할인, 결제액의 1∼2%를 T머니 마일리지로 환급, 신용기능 추가 등 여러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곽 : 신용 기능이요? 신용기능을 넣는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금융기관에서도 여신행위는 연체율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굉장히 조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편결제 사업자들에게 신용기능을 허가해주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다른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입이 나올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최 : 카드사나 민간 결제사업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제로페이의 가맹점 수수료가 낮은 이유는 은행 등 민간 사업자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인데요. 이는 정부만 얻을 수 있는 혜택입니다. 앞서 말했던 소득공제 혜택 역시 정부만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곽 : 겉으로는 벤처, 스타트업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서울시가 그들과 경쟁하는 상품을 내놓았으니 완전히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격이네요. 핀테크 벤처기업인들은 뭐라고 하나요, 대안은 있나요?
최 : 아마 박 시장은 그가 시장을 선도한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시장을 선도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정부는 모든 사업자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예산을 써야 합니다.
곽 : 정부나 서울시가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물론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시장의 실패라고 부르죠.
그렇다면 정부와 서울시 등의 공공기관은 실패된 시장을 바로잡고 공정하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해야 할 일이죠.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제로페이가 실패하면 박 시장은 어떻게 되나요?
김 : 실패하면 타격이 작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경제정책이 실패하고 나면 대권 주자로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는 거죠. 이 시점에서는 정치적 큰 의제를 설정하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옮겨가는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곽 :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제로페이를 네 글자로 정리해주시겠어요?
김 : 제로페이는 ‘여의보주’이다. 여의보주는 불교에서 말하는 보물구슬인데 우리에게는 여의주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죠.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될 수 있다는 건데,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 여러 개를 차지하려고 하면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에 머무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박 시장에게 제로페이가 여의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최 : 저는 ‘관치페이’라고 정리하겠습니다. 결국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서 민간 사업자들을 밀어내고 자기 경쟁력을 갖추는 상황입니다. 제로페이의 의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가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그런데 자꾸 정부와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써야 착하다’라는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죠. 제로페이를 쓰지 않는 대부분은 서울시민은 안 착하게 되는 거니까요.
곽 : 저는 ‘분식회계’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자자본으로 놓고 사업에 마음대로 세금을 씁니다. 국민이 낸 세금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이 모인 겁니다. 이를 부채계정에 넣고 소중한 혜택으로 국민들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겁니다.
박원순 시장이 다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청계천에 있던 중고서점들이 점점 어려워지니까 이들을 ‘서울책보고’라고 잠실에 크게 모아두었습니다. 서울책보고는 시민들의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이처럼 잘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박 시장은 시장 플레이어로 뛰어들어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잘못이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MARKET)은 위대합니다. 시장은 냉혹합니다. 시장은 강요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시장은 스스로 선택을 합니다. 시장은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