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29일 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
변창흠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자산 173조 원의 ‘거함’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이끌게 됐다.
변 사장은 국정과제인 주거복지, 전문 분야인 도시재생사업은 물론 생소한 스마트시티 등 신재생사업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데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변 사장은 29일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LH가 국민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국가의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기관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당부했다.
변 사장은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정책과제의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새로운 사업 실행모델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먼저 주거복지 구현에 의지를 나타냈다. 단순히 도시 건설과 주택 공급을 넘어 돌봄, 배움, 일자리, 결혼, 노후까지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생애복지’ 서비스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변 사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주거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현 정부의 국토·도시정책과 부동산정책 추진 과정에 적극 참여해 왔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을 맡아 서울연구원장이었던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이 때문에 변 사장의 취임으로 토지주택공사가 정부와 일체감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주거복지를 내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재생사업 전문가다. 취임사에서 도시재생을 강조한 것도 이런 경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주거 취약계층 등을 위한 주거와 편의시설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후·불량 주거지와 도시공간을 재창조할 수 있는 실행력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변 사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을 개발해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초석을 놓았다. 토지주택공사의 도시재생사업 강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변 사장은 ‘정비사업 보완형’ ‘저층 주거지사업’ ‘역세권 정비형’ ‘공유재산 활용형’ ‘혁신공간 창출형’ ‘도시재생사업 관리운영형’의 여섯 가지 유형을 개발해 서울시 곳곳에 적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임대주택 공급에서 개발사업 주체인 디벨로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밖에 변 사장은 토지주택공사가 지역 내 선순환체계를 구축해 지역 균형발전 실행기관이 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지역의 잠재력을 발굴해 투자와 일자리, 인재와 혁신이 선순환하는 지역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변 사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교수 시절부터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국회와 서울대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고 수도권 개발이익을 국가 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지역 균형발전을 향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토지주택공사에서도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택공사의 재무구조 개선도 변 사장의 중요한 과제다. 토지주택공사는 전임
박상우 전 사장체제에서 20조 원의 금융부채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2018년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296.5%로 높다. 이를 2022년까지 262%까지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변 사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와 주택 매각, 장기 전세주택 유동화,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도입 등을 추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272.9%에서 2017년 202.1%까지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 성과를 거뒀다.
다만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은 변 사장이 겪었던 서울주택도시공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기 때문에 변 사장의 행보에 우려 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도시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세종시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쿠웨이트 신도시를 개발 중이다.
변 사장은 도시재생과 지역 균형발전에는 전문가이지만 스마트시티 등 신성장동력 관련 경험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박상우 전 사장이 힘을 쏟아온 스마트시티사업이 변 사장체제에서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했는지 변 사장은 첫 외부 공식활동으로 해외 스마트시티 현장을 선택했다. 30일 이낙연 총리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쿠웨이트로 출장길에 오른다. 토지주택공사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우드 사드 알 압둘라 스마트시티 현장을 점검한다.
노사관계도 중요하다. 변 사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시절 노조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변 사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을 퇴임하면서 “모든 사업을 잘하려고 서둘렀는데 직원들과 소통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에서는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인사 불이익을 목적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로 의심받는 문건이 드러나면서 변 사장은 노조와 관계가 틀어졌다. 변 사장이 연임을 포기한 데 노조의 반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1200명 규모의 조직이지만 토지주택공사는 9천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기 때문에 원만한 노사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특히 토지주택공사는 최근 통합노조가 출범하며 노조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