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6개 가운데 인플루엔자(독감) 항체신약 ‘CT-P27’의 성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T-P27은 셀트리온의 첫 번째 신약 후보물질이다.
두 가지 항체를 결합해 많은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치료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대체할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최초의 신종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매년 약 2조 원의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매출 1조 원 이상)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2018년 CT-P27의 임상2상을 마쳤고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질환학회(ECCMID)’에서 임상2b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CT-P27 임상3상은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임상2상 결과가 좋게 나와 CT-P27에 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신약 개발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실패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만큼 언제 개발이 끝나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CT-P27 외에도 광견병 치료제 CT-P19, B형간염 치료제 CT-P24, 세포기반 독감백신 CT-P25, 유방암 치료제 CT-P26 등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애초 바이오시밀러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은 모두 바이오시밀러다.
서 회장이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했던 것은 신약보다 개발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려면 약 10~15년 동안 1조 원 이상을 들여야 하는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5년 이상의 기간과 2천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날 의약품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신약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게다가 다른 바이오시밀러도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은 최근 램시마와 트룩시마 등의 가격이 출시 당시보다 크게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8년 매출이 2017년보다 3.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3.31% 감소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약 개발에 투자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려고 한다.
셀트리온은 2018년 연구개발(R&D)에만 2935억 원을 쏟아 부었다. 매출의 29.4%를 연구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셀트리온은 의약품 연구개발 인력도 국내에서 가장 많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직원 1777명의 33.9%에 이르는 602명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서 회장은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기업 ‘암젠’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암젠은 바이오시밀러와 더불어 호중구 감소증 치료 신약 ‘뉴라스타’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이다. 연구개발에만 매년 4조 원 넘게 투자하며 길리어드, 바이오젠 등과 함께 세계 3대 바이오기업으로 꼽힌다.
서 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인 암젠 등에 비해 직원 수는 10분의 1 수준이지만 셀트리온이 지니고 있는 항체(antibody) 기술력, 생산성 등은 오히려 더 높다”며 “바이오산업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늦었지만 지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