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퇴행성 관절염치료제 ‘인보사’의 판매중단에 더해 발암 가능성 논란까지 불거져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인보사의 판매를 재개하기 위해 안전성 입증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판매중단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인보사에 종양을 유발하는 세포가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대표가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판매중단을 극복하기가 더욱 힘겨워졌다.
인보사는 크게 두 가지 재료로 구성돼 있다. 손상된 연골을 치료하는 주재료인 1액 ‘동종유래 연골세포’와 그 연골세포를 빨리 자라나게 도와주는 보조재인 2액 ‘신장유래 293세포’다.
당초 문제는 연골에서 나온 세포인 줄만 알았던 2액이 사람 신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여기에 2액인 293세포가 세포의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자료들이 나오며 사태가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SBS는 3일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세포은행 홈페이지를 보면 293세포의 원료인 HEK-293세포는 종양 유발을 촉진할 수 있는 세포로 분류돼 있다”며 “2008년 중국 연구팀이 HEK-293세포를 쥐에게 투여했더니 종양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보도했다.
HEK-293세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멸하는 정상 세포와 달리 빠르게 증식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293세포가 포함된 치료제가 판매를 허가받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인보사 외에는 전무하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보사에 239세포가 쓰였단 것이 처음부터 밝혀졌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일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사과하면서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는데 안전성마저 의심을 받게 된 셈이다.
이번 논란을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면 인보사의 판매재개는 요원해질 뿐만 아니라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일각에서 나오는 인보사의 ‘발암 가능성’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39세포나 연골세포나 모두 빨리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암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보사 제조 과정에서 세포에 방사선을 쏴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을 완전히 없앴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방사선을 쏘는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한 방법이며 인보사의 안전성에는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에게 부작용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조만간 인보사와 관련된 여러 논란들을 이해하기 쉽게 해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보사로 치료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담보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인보사를 투여한 3548명 환자 가운데 96%에 이르는 3403명은 투약 뒤 추적 관찰기간이 평균 2년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약처는 15일 인보사 성분에 관한 검사결과를 발표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의 안전성 등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 조사하고 있다”며 “293세포의 안전성 문제는 아직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