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사업 위기 극복과 대규모 공장 투자 등 SK하이닉스의 주요 현안을 앞두고 SK그룹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받게 됐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게 되면서 이 사장이 투자 확대와 글로벌 협력 등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8일 경기 용인에 조성하는 새 반도체 산업단지에 2022년부터 새 반도체공장 투자를 시작한다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확정해 내놓았다.
현재 경기 이천에 새 반도체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고 충북 청주에도 새 공장 건설이 확정된 점을 놓고 보면 앞으로 최소한 수년 동안 공격적 수준의 시설투자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석희 사장은 반도체업황의 급격한 악화로 SK하이닉스의 실적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중장기 투자계획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호 사장이 27일 이사회에서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면서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경영에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게 됐다.
SK그룹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은 반도체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해 SK그룹 핵심 전문경영인으로 꼽히는 박 사장을 이사회 의장에 앉히며 그룹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
박정호 사장이 반도체사업에 경험과 지식이 많고 전문성도 뛰어난 만큼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
이석희 사장의 기존 역할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이 일반적으로 기업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과 투자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주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SK하이닉스에서 박 사장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SK하이닉스의 기술 개발과 반도체업황 변화 대응 등 당면한 과제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부터 실무작업을 주도해 왔고 도시바메모리 인수 참여 등 외부 협력 및 투자에도 직접 전면에 나서며 반도체사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사장이 올해 대표이사에 오르자마자 실적 부진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된 만큼 박 사장의 지원은 SK하이닉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대표를 맡으며 해외 통신사 또는 전자업체와 기술 공동개발, 합작회사 설립 등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SK텔레콤의 사업영역을 콘텐츠 등으로 다변화하는 성과를 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 역시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이 사업 성과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만큼 박 사장의 역할 확대는 큰 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사장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주사 SK의 손자회사라 현행법상 지분을 100% 사들이는 인수합병만 추진할 수 있어 외부 기업의 지분 확보를 통한 사업 확대에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뒤 SK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다른 회사의 지분을 일부 사들여 협력을 추진하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확장이 상대적으로 손쉬워진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신사업인 자동차용 반도체분야에서 SK텔레콤의 자율주행차 관련된 사업과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사이의 사업적 협력관계도 박 사장을 통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