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나빠지면 경영에 개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고위경영진을 교체하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산업은행은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전날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놓고 회의를 이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신용등급 변동과 자산 유동화증권발행 등에 미칠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4월6일 만료되는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 연장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4월6일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1년 기한의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를 맺으며 산업은행에 △비핵심자산 매각 △전환사채 및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자본 확충을 통한 단기 차입금 비중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당초 연장이 점쳐졌으나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맺은 양해각서에 아시아나항공이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대출 회수나 경영진 교체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대출 회수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 교체 카드는 충분히 꺼내들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상근고문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재환 사장의 임기가 27일 끝나면서
한창수 사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새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아시아나항공에서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병석 전무도 이번에 새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경영진 교체를 권고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산업은행이 최소 아시아나항공을 본격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도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 등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고 이번 감사의견 '한정'으로 불을 붙이면서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을 놓고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걸 회장이 평소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을 강조해 왔다는 점도 경영진 교체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25일 기자들과 만나
박삼구 회장을 겨냥해 “회사 및 대주주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압박 강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담보로 아시아나항공에 제공했던 보증여신 700억 원의 기한을 연장했다. 당시 자구 노력의 기회는 계속 주되 박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을 압박하려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면 경영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등을 놓고 “자율협약이 이미 끝난 상태라 재무구조 개선이나 자구계획은 업무협약(MOU)을 통해 가고 있다”며 “그 이상은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경영을 현재 상태에서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잠재적으로 급격히 나빠지면 바로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초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2014년 12월 졸업했다. 그 뒤 지난해 4월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를 맺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까지는 아니고 산업은행 실무자 회의를 열었다”며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하고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