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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줄이기 매달리다 한정 감사의견 '역풍'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19-03-25 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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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을 놓고 무리하게 회계장부상 부채비율을 낮추려다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최대한 재무구조를 긍정적으로 보이려는 회계처리를 요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줄이기 매달리다 한정 감사의견 '역풍'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삼일회계법인이 밝힌 감사의견 ‘한정’의 이유는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의무와 관련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과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 가능액 △지난해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 연결대상 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에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삼일회계법인이 가장 크게 의견 차이가 있었던 쟁점은 충당금 문제다.

항공사는 항공기를 운용리스하면 정비 비용을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장기간 사용한 뒤 항공사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는 금융리스와 달리 기간도 짧고 반납할 때 원상복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이 정비비용을 매년 나눠 충당부채로 잡아야 한다고 봤고 아시아나항공은 정비채무가 실제 발생 했을 때 한 번에 처리하면 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운용중인 항공기 82대 가운데 50대를 운용리스를 통해서 마련했다. 대한항공이 164개 가운데 28대를 운용리스를 통해 마련한 것과 비교하면 운용리스 비중이 3배 가까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한 해 부담하는 리스비용은 전체 매출의 40%에 수준인 2조8천억 원에 이른다.

고객 마일리지 처리를 두고도 아시아나항공과 삼일회계법인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2018년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쌓인 마일리지의 규모는 5838억 원이다. 2017년 영업이익이 2759억 원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부채항목으로 인식한다. 마일리지가 쌓일수록 부채도 늘어나는 셈이라 항공사들은 부채를 덜기 위해 2008년에 논란이 있었음에도 약관 개정을 강행해 올해부터 10년이 지난 마일리지의 소멸이 시작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되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부채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회계처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취득한 기내식 제공회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의 지분가치 산정도 문제가 됐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아시아나항공이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각각 40%, 60%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회사다.

에어부산이 연결회사인지 여부를 놓고도 아시아나항공은 연결회사로 포함하려 했는데 삼일회계법인이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실적이 좋은 에어부산을 연결회사로 포함해 아시아나항공의 연결실적에도 반영하려 했으나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배력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연결기준 순손실을 이미 발표한 잠정치인 104억 원에서 1050억 원으로 크게 늘렸다. 매출은 6조8506억 원에서 6조7893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784억 원에서 887억 원으로 조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과 의견 충돌 끝에 '한정' 감사의견을 받으면서까지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등 무리를 한 것을 두고 그만큼 절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6’이 적용되면서 항공사들은 운용리스 관련 비용을 모두 부채에 반영하게 된다. 다른 항공사보다 운용리스 비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에 더욱 치명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5%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올해 828%까지 높아질 것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이번 한정 감사의견으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산유동화증권(ABS) 관련 신용등급 하향이 나타나면 즉시상환해야 하는 특약도 부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9일에 65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채권발행 주관사 맡았던 대신금융그룹이 회계문제를 이유로 채권 발행 참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충당금이 크게 잡히더라도 감사과정에서 외부감사인과 협의를 거쳐 무난하게 넘어가는 편이 한정 의견을 받는 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라며 “개정 외부감사법 시행 등으로 회계법인도 외부감사를 깐깐하게 할 수밖에 없어 아시아나항공이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려면 삼일회계법인이 지적한 사항을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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