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엠블럼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기아차가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새 전기차 콘셉트카에 여태껏 보지 못했던 엠블럼이 공개되면서 25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엠블럼이 바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기아자동차 전기차 콘셉트카에 적용된 새 모양의 엠블럼.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엠블럼 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아차가 5일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에 새로운 모양의 엠블럼이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엠블렘은 기아차의 영문 KIA가 기존과 달리 약간 기울어지고 흘림체 형식으로 표현됐다. 글씨 굵기도 두꺼워졌다. KIA를 둘러싸고 있던 타원은 아예 없어졌다.
기아차는 보도자료나 제네바모터쇼 현장에서 엠블럼의 변경을 놓고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아차가 여태껏 모터쇼에서 공개한 차량에 새 엠블럼을 장착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매진 바이 기아’에 적용된 새 엠블럼이 향후 교체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콘셉트카 자체가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 방향성을 나타내는 차인 만큼 디자인뿐 아니라 엠블럼도 향후 출시될 차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엠블럼은 자동차회사를 상징하는 ‘문장(紋章)’을 뜻한다.
자동차회사들은 대게 자동차 앞쪽 그릴이나 뒤쪽의 트렁크리드 쪽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엠블럼을 부착한다. 회사이름을 알리는 수단임과 동시에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하다 보니 엠블럼이 자동차의 영혼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아차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소소한 변화를 거치긴 했으나 큰 틀에서 변화가 없는 엠블럼을 계속 쓰고 있다.
자동차회사가 한 번 선택한 엠블럼을 수시로 교체하는 것은 전통의 단절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오래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엠블럼을 교체하는 것은 때때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
기아차가 엠블렘 교체를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옵티마와 ‘정의선 차’로 불리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모하비에는 각각 독자적 엠블럼을 사용했다.
하지만 플래그십(기함) 모델로 꼽히는 차량 이외의 모델에 기존 엠블럼을 계속 사용하면서 고객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사실이다.
기아차가 과거부터 꾸준히 독자적 브랜드 가치를 세우는 데 중점을 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래차시장이 개화하는 시기에 맞춰 모든 차량에 전격적으로 새 엠블럼을 부착할 가능성이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 출범을 통한 이미지 고급화를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제네시스와 수요가 겹칠 수 있다는 그룹 판단에 이를 추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엠블럼만 변경해도 기존과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엠블럼 변경은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기아차 엠블럼 변경을 요구하는 고객의 목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 됐다.
유튜브에는 ‘기아차 엠블럼 바꾸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도 기아차를 처음 구매했을 때 맨 처음 해야 할 일로 ‘엠블럼 교체’가 꼽힐 정도다.
기아차 관계자는 “콘셉트카 이미지와 맞는 형태의 엠블럼을 적용했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의미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엠블럼 교체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