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의 첫 인수대상에 오른 자산운용사를 두고 다양한 인수방식을 내놓고 있다.
손 회장은 시장에 나온 자산운용사 매물 여러 개를 함께 살피며 이들 가운데 복수를 인수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인수전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하이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에도 참여한다.
손 회장은 여러 자산운용사 인수에 동시에 뛰어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늘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하이자산운용의 적격 예비 인수후보(숏리스트)로 이름을 올릴 때만 해도 업계는 손 회장의 선택이 하이자산운용으로 굳어졌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손 회장이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에 뛰어들고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산운용사를 여러 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손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여러 자산운용사를 두고 단독인수와 복수인수 카드를 모두 손에 쥐면서 인수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각사와 경쟁사 모두 손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예측하기 힘들어 무리하게 높은 판매가나 입찰가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의 매각가격도 하이자산운용과 비슷한 각각 1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지나치게 높은 매각가격이 형성된다면 손 회장은 인수전에서 손을 떼고 하반기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이 자산운용사 인수에서 보여주고 있는 전략은 올해 이어질 다른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회사, 저축은행을 먼저 인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 인수 뒤에도 최소 2번의 인수합병이 올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이 부동산신탁회사 인수전에서도 자산운용사 인수와 비슷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것이 확실해 별다른 변수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신탁회사는 국제자산신탁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지만 잠재 매물이 시장에 더 있는 만큼 손 회장이 복수 입찰 등 전략을 다시 꺼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인수합병 특성상 인수전략을 두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