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2-20 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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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으로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에서 현대글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현대글로비스의 적극적 움직임은 업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현대글로비스는 20일 미국 보스턴에서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기업설명회(NDR)를 진행한다. 21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업설명회 활동을 이어간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18일과 19일에 각각 런던과 뉴욕에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지난주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과거에도 미주와 동남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손꼽히는 도시에서 종종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연달아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만났던 사례는 드물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당분간 국내와 아시아의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는 일정만 세워뒀다는 점과 비교할 때 현대글로비스가 잡은 세계적 기업설명회 일정은 도드라진다.
현대글로비스가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핵심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기관투자자들과의 만남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경영실적과 사업현황 뿐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진행 중인 투명경영, 주주친화정책, 이사회 운영의 개선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도 적극 설명하고 있다.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현대글로비스는 거버넌스(지배체제)를 더욱 투명하게 개선하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으로 되돌려주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마다 도입하기로 결정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올해 안에 제정해 발표하고 앞으로 거버넌스 관련 기업설명회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2018년 중순에 처음으로 마련된 거버넌스 설명회 자료에서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 친화정책 강화 등의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이사회의 소집 권한을 모든 이사들에게 줘 더욱 유연한 이사회 운용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됐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거버넌스 관련 문제점을 대폭 보완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주주 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3300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성향 28.3%로 2017년과 비교해 11.8%포인트 높아졌다.
시가를 기준으로 한 배당수익률도 2017년 2.2%에서 2018년 2.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배당성향도 2016년 15.4%에서 2017년 15.5%, 지난해 17.4%까지 꾸준히 상향됐다.
현대글로비스의 이런 움직임들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별 주주소통 강화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과의 접촉면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9일 “현대차그룹의 실적 반등이 지연되고 경영진이 (대주주의) 경영권 안정을 지배구조 변경의 최우선에 둔다면 현대글로비스를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확정되면 당장 시장에서 이해당사자와 투자자들에게 그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활발한 대외활동이 현대차그룹의 새 지배구조 개편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가 진행하는 거버넌스 기업설명회에는 지난해 3월 그룹 최초로 도입된 ‘주주 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제도에 따라 선임된 길재욱 주주권익보호 담당 이사도 참여하고 있다. 길 이사는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외 NDR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설명회들도 이런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지 다른 의미를 두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