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일까, 아니면 사업적 결단일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건설을 또 다시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
15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박정원 회장이 애정을 지닌 대표적 계열사로 꼽힌다.
박 회장은 2016년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두산건설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 오너일가 주주 가운데 두산건설 지분율(0.28%)도 가장 높다.
박 회장과 두산건설의 인연은 2005년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건설은 2005년 박 회장이 부회장에 취임한 지 한 달 뒤에 2797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점을 고백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는 두산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놓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아들들이 소송전을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던 때였다.
두산건설은 과거 분식회계를 뒤늦게 발견하고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박 초대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용오 회장과 셋째 아들인 박용성 회장 사이의 벌어진 두산그룹 회장 승계다툼에서 비롯한 폭로로 바라봤다.
박용성 회장이 전임인 박용오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두산 오너 일가의 장손인 당시
박정원 부회장을 앞세워 분식회계 공개 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박용오 회장은
박정원 회장이 부회장으로 오기 전까지 두산건설을 이끌어 분식회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박정원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레미콘 제조, 화공 기자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두산건설을 주택업체에서 종합 플랜트 기자재업체로 바꿔내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 세계 1위 화공플랜트 설비업체인 두산메카텍과 합병하고 2013년 두산중공업의 배열회수 보일러(HRSG)사업을 넘겨주는 등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두산건설의 변신에 힘을 실었다.
두산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지속해서 실적이 악화했지만 박 회장은 유상증자로 오히려 힘을 보탰다.
두산그룹은 2011년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13년 3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4천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5700억 원 규모의 배열회수 보일러 사업부 현물 출자 등을 통해 두산건설의 자본을 확충했다.
두산건설이 2011년 이후 두산그룹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추가로 확충한 자본 규모는 1조7천억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결과적으로 주택업체를 뛰어 넘는 종합 플랜트 기자재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두산건설은 2015년 이후 레미콘 제조사업부, 배열회수 보일러사업부 등을 매각하며 사업 규모를 줄였고 현재 건축과 토목사업만 하고 있다. 동시에 또 다시 두산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건설은 2018년 경기 일산 제니스 미수채권 등 매출채권 이외의 채권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해 자본이 크게 감소했고 현재 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과거 소비재 중심에서 현재 중공업 중심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꾼 만큼 건설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이 플랜트 기자재업체로 발돋움한다면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며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계열사가 자금난을 겪을 때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지주회사체제의 장점이자 당연한 역할이라는 해석도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의 두산건설 유상증자 참여 등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현재 그룹 차원에서는 두산건설의 경영 상황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