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면세점사업에 발을 내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수 끝에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냈지만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으로 개장시점을 1년가량 미뤄야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18년 11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문을 열며 ‘본게임’을 시작했지만 면세점사업에서 계속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2018년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적자를 내면서 2019년 성장 전망도 밝지 않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사업 실적을 개선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강남에 면세점을 둔 데다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예상보다 많은 적자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 면세점사업에서 영업손실 419억 원을 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사업 준비비용으로 218억 원을 쓰고 면세점 개장 초기에 광고판촉비용으로 200억여 원을 쓰면서 적자를 봤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 11월1일 강남구에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을 열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개장한 뒤 12월까지 하루 평균 적자 42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백화점에 앞서 시내면세점을 연 신세계보다 하루 평균 9억 원가량 적자폭이 큰 셈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9년에 매출목표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8일 리포트를 발표한 증권사 12곳 가운데 절반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당초 목표했던 총매출 6천억 원을 올해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2019년 면세점부문에서 총매출 5600억 원을 낼 것”이라며 “면세점에 3월에 프라다, 5월에 까르띠에 매장을 열면서 하루 매출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자를 줄이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애초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사업에서 적자 400억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정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금융투자는 특히 강남지역 면세점들이 판촉행사를 지속하는 점을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강남권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송파구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을 포함해 모두 4개의 시내면세점이 들어서 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보다 규모가 비슷하거나 훨씬 크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을 개장하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객 수수료를 올리는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하자 캐시백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1천 달러 이상 구매하면 10만 원을 선불카드에 적립해주는 식이다.
시내면세점사업자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에 송객 수수료를 지급하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하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어든 지금은 중국 보따리상을 잡기 위해 캐시백행사 등까지 진행하며 ‘제 살 깎아먹기’ 경쟁까지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하면서 정 부회장으로서는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정 부회장이 다시 한 번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시내면세점 입찰에 뛰어든다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구매 협상력은 강화할 수 있지만 그만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내면세점 특허를 포기한다면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서는 경쟁자가 새로 생기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상황에 몰린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어떤 난관에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반드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자세로 힘을 모으자고 힘주어 말했다.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현대백화점은 올해 들어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현대백화점면세점에 1천억 원을 출자한다. 현대백화점이 이번 출자를 끝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모두 2300억 원을 투자하게 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로 면세점사업에 실탄을 쥐어주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