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이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양산체제를 갖췄지만 납품처 확보에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후발주자들의 추격권 안에 들게 됐다.
▲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
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에 따르면 접는 스마트폰의 출시가 임박한 만큼 접는 스마트폰의 핵심 소재인 폴리이미드필름의 고객사 확보를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회사들이 잇따라 접는 스마트폰을 공개할 계획을 내놓고 있어 고객사 확보를 위해 장 사장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삼성전자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언팩행사를 통해 접는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뒤이어 화웨이가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동통신 박람회(MWC)에서 접는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맞이하겠다는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에 초도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받았지만 일본 스미토모화학에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에 투명폴리이미드필름 납품을 시작한 스미토모화학은 시범 생산설비만을 갖추고 있어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 양산에 들어가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납품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스미토모화학은 최근 생산설비를 늘려 삼성전자가 예고한 100만 대의 초도물량에 대응할 준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일부 언론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모토로라에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공급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모토로라에 직접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며 “디스플레이 제조회사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시제품을 사용했을 수 있으나 이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명확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의 경쟁력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는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시장의 선발주자로서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접는 스마트폰 보급이 올해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고객사를 잡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접는 스마트폰의 보급은 2019년 32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부터 1360만 대로 보급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2021년 3040만 대, 2022년 5010만 대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 사장은 접는 스마트폰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기 전에 고객사들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글로벌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시장의 경쟁은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포함해 스미토모화학, SKC, SK이노베이션의 4자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LG화학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들은 모두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비교해 강점을 지니고 있어 자칫하면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이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해 코오롱인더스트리보다 여유로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SKC와 SK이노베이션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보유하지 못한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하드코팅 기술을 확보해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은 베이스필름에 하드코팅을 입혀 외부 충격에도 자국이 남지 않는 기능을 갖춰야 비로소 완성제품으로 납품이 가능해진다.
SKC는 광학필름 생산 자회사인 SKCH&M(SKC하이테크앤마케팅)을 통해 하드코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자체 하드코팅 기술을 확보했다.
게다가 두 회사 모두 올해 하반기에 양산공장의 건설을 마무리짓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베이스필름을 양산할 뿐 하드코팅은 외주에 맡기고 있다. SKC와 SK이노베이션이 양산체제까지 갖추게 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선발주자 이점이 사라지고 오히려 하드코팅을 외주에 맡긴다는 약점만 남게 되는 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일찍부터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를 진행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주도로 10년 넘게 800억 원을 투자해 2016년 기술을 완성했다. 이어서 곧바로 900억 원을 들여 양산 공장 설립에 착수해 2018년 4월 양산 체제까지 갖췄다.
장 사장은 2018년 3월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리더였던 이 전 회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장을 역임한 소재 전문가 안태환 전 대표이사와 함께 3인 대표이사체제로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1월 이 전 회장과 안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장 사장은 투명폴리이미드필름사업 성과의 책임을 혼자 짊어지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