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인수해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를 또 한번 끌어올릴까?
김 회장은 그동안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한화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재계 순위를 높여왔다.
김 회장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을 끌어 안는다면 재계 7위를 넘어 6위까지도 바라볼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자산 순위 8위 기업집단에 머물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4월 국내에서 자산 규모가 10조 원이 넘는 민간 기업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현황을 발표하는데 이는 통상 재계 순위로 사용된다.
자산 규모 1위부터 7위는 2018년 기준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순이다. 이 순위는 2015년 GS그룹이 현대중공업그룹을 밀어내고 7위에 오른 뒤 4년째 변화가 없다.
김 회장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을 품에 안으면 한화그룹이 GS그룹을 밀어내고 재계 7위에 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1월 말 한화생명을 통해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12일 있을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도 한화그룹이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은 2018년 3분기 기준 자기자본(자본총계) 규모가 각각 2조2천억 원과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자산 규모를 따질 때 '공정자산' 개념을 사용하는데 금융과 보험 계열사는 전체 자산이 아닌 자본총액과 자본금을 비교해 큰 금액을 공정자산으로 쓴다.
한화그룹이 현재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순 가정하면 공정자산 규모가 3조4천억 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과 GS그룹은 2018년 4월 기준 공정자산 규모가 각각 61조3천억 원과 65조 원으로 차이는 3조7천억 원에 그친다.
두 그룹의 차이가 2016년 5조6천억 원에서 2018년 3조 원대까지 줄어든 만큼 롯데그룹 계열사 인수 여부가 2020년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화그룹이 기존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과정에서 자본 규모를 크게 늘린다면 중장기적으로 재계 6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현재 재계 6위인 포스코그룹은 공정자산 규모가 2015년 84조5천억 원에서 2016년 80조2천억 원, 2018년 79조7천억 원 등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한화그룹은 38조 원에서 61조3천억 원으로 61% 늘었다.
한화그룹보다 규모가 큰 그룹 가운데 포스코그룹은 유일하게 공정자산 규모가 줄었고 한화그룹은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한화그룹의 재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화그룹은 2015년 재계 순위 11위에 그쳤으나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과 화학 계열사 4곳을 인수한 뒤 2016년 4월 공정위 발표에서 현대중공업그룹, 농협그룹, 한진그룹을 제치고 8위에 올랐다.
한화그룹은 공정자산 규모가 2015년 38조 원에서 2016년 54조7천억 원으로 1년 사이 16조7천억 원(43.9%) 늘었다.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2개 민간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보험을 인수한 효과로 2003년에도 당시 현대그룹, 금호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치고 순위가 3단계이나 올랐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한화그룹은 당시 대한생명 인수효과로 공정자산이 2002년 9조9천억 원에서 2003년 14조3천억 원으로 4조4천억 원(44.4%) 늘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라며 “그밖에는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