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대표는 1월30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지금 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며 “북핵 위기는 현실화됐고 민생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며 “여당과 투쟁하는 능력을 잃고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때 세계 1등 국가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해 지지 세력을 모은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선 유세를 벌였다.
홍 전 대표는 다른 대선 주자를 향한 비판에도 거침이 없다. 특히 유력 후보인 황 전 총리의 아픈 곳을 정확히 겨누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당권 도전 명분을 놓고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우리 당이 ‘도로 병역비리당’ ‘도로 탄핵당’이 되려 한다”며 “처음에는 전당대회에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정치 경력이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면서 당이 ‘탄핵 시즌2’로 흐를 가능성이 보여 출마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를 뻐꾸기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뻐꾸기는 둥지를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들은 원래 그 집에 있던 새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트리고 둥지를 독차지 한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당에서 제대로 된 활동도 보여주지 않고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나름의 프래임도 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거친 비판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을 지지세력으로 모으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고 있으며 멕시코인과 이슬람교도를 비롯한 이민자들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대 세력을 꼬집어 ‘내 편’을 공고하게 끌어 모았다.
홍 전 대표가 지지율 여론조사에 개의치 않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다.
홍 전 대표는 “지지율은 허상”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 문재인 후보는 3위였다”고 말했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처음 나올 때 지지율이 30%였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50%가 넘었다”며 “황 전 총리 지지율인 17~18%를 놓고 의미 있는 지지율이라고 하는 건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다음 대선주자 선호 17.1%로 이낙연 국무총리(15.3%)를 꺾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홍 전 대표는 5.9%로 8위에 그쳤다.
범보수 응답자를 놓고 봤을 때 홍 전 대표는 지지율 2위를 보였으나 황 전 총리(31.9%)와 격차가 크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s://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유세 당시 지지율이 낮게 나왔지만 여론조사가 거짓이라며 언론 등을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홍 전 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은 말하는 방식이 비슷하며 둘 다 거친 말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내용은 간결하다.
카네기 멜론대학교 언어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하는 어휘와 문법이 초등학교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다.
홍 전 대표는 “막말로 매도됐던 주장들이 민생경제 파탄, 북핵 위기 등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홍준표가 옳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이 옳았다는 사실을 강조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벗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러다 보니 홍 전 대표가 막말을 하긴 하지만 확실히 재미를 주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자리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