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김종갑 사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한 이후 3개월에 한 번 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원전 세일즈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김종갑 사장은 최근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발주처 대표인 알 술탄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잇달아 면담하고 원전 건설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사업은 14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현재 입찰 2단계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우선사업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외에 영국에서도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 지역에 150억 파운드(21조 원)를 투자해 3.4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이다.
김종갑 사장이 영국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쪽에 우선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 과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법인인 뉴젠 지분 100%를 보유한 도시바가 뉴젠을 팔기 위해 2017년 11월 한국전력을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의견차이를 보여 2018년 7월 우선협상권을 없던 것으로 하고 11월에 뉴젠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현재 뉴젠의 청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산절차가 완료되면 원전 사업권이 영국 정부에 넘어가게 돼 있어 수주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 정부로 원전사업권이 넘어가면 영국 정부는 다시 새로운 사업자를 찾게 될 텐데 2018년 7월부터 영국 정부가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의 재무모델을 변경했기 때문에 수익성 관련한 검토를 다시 해야 한다”며 “앞으로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다소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갑 사장으로서는 2018년 4월 취임사에서 원전 수출을 주요 과제로 꼽았고 줄곧 원전 수출을 강조해온 터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이 지연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김종갑 사장의 원전 수주활동이 중요한 건 맞지만 원전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지원하는 국내 공급망이 유지될 수 있는 근본적 대책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과 관련해 한국을 바라보는 해외의 평판과 국내 공급망의 유지가 중요하다”며 “원전 건설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 등 국내 공급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조성돼야 안정적 수출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