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간부는 22일 오후 3시에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MBK파트너스와 노조 사이에 끼어 2019년 임금협상 타결을 위한 해법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실력을 행사하겠다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수익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간부는 22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홈플러스 노사가 2018년 말부터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18일부터 쟁의행위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노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근속수당 등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19년도 최저임금은 8천350원으로 2018년도 최저임금보다 10% 이상 올랐다. 이에 맞추려면 홈플러스 노동자의 기본급은 기존보다 10% 이상 올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경영진은 기본급의 5%만 인상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상여금이나 근속수당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 제외, 야간근로 축소, 택시비 축소로 우리의 실질임금이 모두 떨어졌다”며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했어도 임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어 노동자의 노동환경만 피폐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임 사장이 노조의 불만을 달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올릴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등이 빨라 더 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매출이 정체돼 있고 영업이익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6년 들어 흑자로 전환하긴 했지만 2017년 영업이익은 2016년보다 20% 넘게 줄었다.
송민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홈플러스가 점포를 매각한 뒤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인수금융 차입금을 줄이고 있지만 대형마트업태 자체가 저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점포 매각 뒤 재임차 방식 때문에 임차료 부담도 커져 수익성 하락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당장 투자금 회수는 못하더라도 홈플러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지분을 7조 원 넘게 주고 인수했는데 업황 악화 등 때문에 홈플러스를 당장은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는 알짜매장 40곳을 묶어 홈플러스리츠라는 회사를 세우고 이를 상장해 구주매출, 배당금 수익 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파악된다.
임 사장은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CEO로서 2015년 홈플러스에 재무부문장과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으면서 영입된 뒤 실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영입된 뒤 2016년 홈플러스는 흑자로 전환했는데 2017년 10월 임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데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임 사장으로서도 노조에게 양보할 여지가 크지 않은 셈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2월 설날 이후 모든 직원이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홈플러스 노사갈등 속에서 임 사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