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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비자금 의혹 수사로 위기를 맞았다.
검찰은 장 회장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비정상정적으로 운용한 혐의 등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철강업계 침체로 적자전환해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외부악재까지 덮쳐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장 회장은 올해 말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브라질제철소 건립을 완공해 재도약을 꿈꿔 왔는데 검찰 수사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해외 중간재 구매대금 처리나 미국 등 해외법인과 거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운용하지 않던 계좌에 돈을 보내거나 불필요한 송금처를 거친 흔적 등을 포착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8일 동국제강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장 회장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비자금 조성 과 역외탈세 혐의 등에 관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30일 동국제강의 재무회계와 해외사업 실무자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동국제강의 비자금 조성 규모는 2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납품업체로부터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 계좌로 거래대금을 받고 일부를 손실처리한 뒤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파나마와 마셜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에 있는 법인들을 통해서도 비자금 조성과 역외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한다.
장 회장은 횡령액으로 미국에서 도박을 해 수십억 원대의 수익을 거뒀다는 개인비리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는지도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24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철강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검찰 수사까지 덮쳐 동국제강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동국제강은 올해를 철강사업 통합 출범 원년으로 삼고 재도약을 꾀하고 있었는데 현재 추진중인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장 회장은 지난해 자회사 유니온스틸과 합병했다.
특히 장 회장이 꿈꿔온 브라질제철소 사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195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공장을 짓기로 하고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 주에 300만톤급 고로 1기의 일관제철소를 건립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30%, 포스코가 20% 지분으로 합작투자한 이 사업은 2007년부터 사업이 본격화해 현재 약 80%의 공정을 마친 상태다. 올 12월 완공해 내년부터 상업생산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국제강은 모두 5조원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인 브라질제철소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본격 가동되면 후판사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매출증대는 물론이고 원자재 조달비용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검찰수사 여파로 대외 신인도가 크게 하락할 경우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가 장기화하면 해외사업에서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직원들은 장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 회장이 해외원정 도박에 나선 데 대해서도 큰 실망감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동국제강은 1954년 7월 장경호 회장이 부산에 세운 국내 첫 민간철강회사다. 포스코(옛 포항제철)보다 설립연도가 14년이나 앞선다.
장 창업자는 철강보국의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포항, 인천, 당진 등에 공장을 확장하며 철강전문기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1965년 50톤 규모의 국내 첫 고로를 준공했으며 1971년 국내 처음으로 후판을 생산했다.
동국제강은 창업자 장경호 회장으로부터 2대 장상태 회장을 거쳐 장세주 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3년말 기준 계열사 16곳, 자산 10조730억원으로 재계 순위 27위다.
동국제강 주가는 30일 비자금 의혹 수사 소식에 영향을 받아 전날보다 6.51%(410원)가 내린 5890원에 장을 마감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