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신약 기술수출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유한양행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는데 이를 놓고 이 대표가 유한양행의 신약 기술수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7일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번에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치료제 신약은 아직 후보물질조차 도출하지 않아 프로젝트 이름조차 없다”며 “실무진들이 다른 신약도 추가 기술수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을 8800억 원 규모에 기술수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한양행의 이번 기술수출은 신약 개발이 구체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신약 개발은 기초 탐색 및 원천기술 연구 → 신약 후보물질 도출 및 선정 → 전임상(비임상)시험 → 임상시험 → 신약판매 승인 순으로 진행된다.
보통 기술수출은 신약 개발이 임상 단계에 들어가야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검증이 안된 신약은 가격이 헐값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한양행의 기술수출은 아직 신약 후보물질 도출 전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1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부터 반 년 동안 3차례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에는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신약 ‘YH14618’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총 24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총 1조4천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유한양행이 반년 동안 기술수출한 계약 규모는 총 2조5천억 원에 이른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기술수출에 가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헬스케어시장에서 유한양행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유독 ‘글로벌’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유한’으로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며 “모든 임직원은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개인 역량 강화에 더욱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의 해외 기술수출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2015년 3월 유한양행 대표로 취임한 이후 외부에서 신약을 사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 투자했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유한양행이 신약 도입에 지출한 금액은 약 2천억 원에 육박한다.
유한양행은 2015년 7월 오스코텍으로부터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 바이오 벤처로부터 원천기술 확보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했다.
2016년 9월에는 미국의 항체 신약 전문기업인 소렌토와 조인트벤처 ‘이뮨온시아’를 설립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섰고 GC녹십자와도 신약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앱클론과 협력으로 새로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YHC2101’을 도출하는데도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이 대표 취임 전 9개에 불과했던 신약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현재 24개까지 늘려 놓았다.
이 대표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할 수 있는 ‘신약 매물’이 넉넉해진 것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지금 개발하고 있는 다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도 올해 미국에서 임상1상 신청을 한다”며 “이 신약도 기술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