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1-03 16: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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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광주형 일자리’에서 노동계가 반발하는 ‘단체협약 협상 유예’ 조건을 양보할까?
현대차는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때만 사업에 동참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사업의 성공을 강조하면서 광주광역시가 주도할 협상에 현대차가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 현대차와 노동계, 단체협약 유예 놓고 여전히 대립
3일 현대차와 한국노총 광주본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타결되려면 새로 설립될 법인의 노사가 단체협약 협상을 얼마나 유예할지를 놓고 현대차와 노동계가 합의를 봐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광역시가 맨 처음 회사에 제안했던 원안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노동계 의견에 따라 투자유치안이 여러 차례 수정됐는데 최근에 광주광역시에게서 받아본 조건으로는 사업 참여가 힘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위해 신설되는 법인이 단체협약 협상을 최소 5년 동안 유예하지 않으면 실익을 내기 힘들다고 본다. 2년 마다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게 되면 새로 창출될 일자리의 실질 임금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반면 광주지역 노동계는 단체협약 협상을 놓고 현대차가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여태껏 광주광역시가 광주형 일자리 협상을 주도하면서 노동계는 사실상 적정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관계 개선 등의 쟁점사항을 모두 현대차에 양보했다”며 “노동법에 명시된 ‘2년마다 한 번씩 단체협약을 협상해야 한다’는 사안을 놓고는 노동계가 후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근본정신은 ‘상생’”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까지 무시하면서 공장 유치에 동의하라는 말은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없는 얘기”라고 단체협약 유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2018년 12월5일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틀어졌다. 광주광역시 투자협상단이 현대차와 협의해 마련한 최종 협상(안)을 노동계 요구에 따라 일부 수정했는데 이를 현대차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당시 입장자료를 내고 “광주광역시가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현대차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단체협약 유예 조건이 수정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후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한 달가량 중단됐다. 현대차그룹과 광주광역시가 연말 인사를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논의를 진행할 테이블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새 일자리 창출 모델이라고 강조하면서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이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 신년사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기업과 노동자,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하고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차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정부로부터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많은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 수석부회장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10월 파리를 방문해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를 시승한 뒤부터 정치권은 수소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찰 버스로 수소버스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은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만들었다. 수소차 보급에 부정적이었던 박원순 서울특별시 시장도 수소차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수소차를 양산하는 완성차기업이 현대차 한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수소차 관련 정책은 사실상 현대차를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부의 수소차 육성정책을 발판 삼아 2030년까지 수소차를 연간 50만 대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라 정 수석부회장이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바라는 정부의 처지를 모른척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예상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광주광역시가 어떤 내용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다시 제안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협상 내용을 말하기 힘들다”며 “투자자로서 참여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