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소형 올레드 패널 기술력을 갖춘 일본 디스플레이업체의 지분을 사들이고 생산 투자도 지원하며 ‘디스플레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기술 우위와 생산능력을 앞세워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의 강력한 연합 공세도 막아내야 한다.
▲ 일본 J올레드가 가동을 앞둔 중소형 올레드공장. |
27일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사업 진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자회사인 J올레드를 통해 중소형 올레드 기술을 개발하며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최근 심각한 자금난이 지속되면서 차질을 겪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재팬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면서 협력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재팬디스플레이는 중국 정부펀드인 실크로드펀드를 포함한 중국 투자기관에 지분 33%를 매각하고 중소형 올레드 생산 투자도 지원받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재팬디스플레이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던 일본 정부펀드가 계속된 경영난을 만회해주기 어려워지자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를 노리던 중국이 손을 내민 것으로 분석된다.
재팬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의 아이폰XR과 아이패드 등에 사용되는 LCD 패널의 최대 공급사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무역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재팬디스플레이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다면 애플이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LCD 패널 받는 일을 중단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재팬디스플레이는 전망이 어두운 LCD사업에 의존하기보다 올레드사업 진출을 앞당기기 위한 자금 확보를 앞당기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재팬디스플레이는 중화권 LCD업체와 기술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중소형 올레드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를 좁히기도 쉽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재팬디스플레이 자회사인 J올레드의 중소형 올레드 패널 기술력은 시장에서 실제로 상용화되면 경쟁사에 맞설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올레드가 2020년 상용화를 앞둔 기술은 올레드 패널 소재를 종이에 인쇄하는 것처럼 증착하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으로 이론상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보다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J올레드는 최근 PC용 모니터에 사용할 수 있는 20~30인치 크기의 4K급 고화질 올레드 패널도 시제품으로 선보이며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기술 한계도 극복했다.
중소형 올레드 패널 특성상 화면 크기를 늘리는 기술력이 까다롭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직 15.6인치의 노트북용 패널 상용화를 준비중인 단계에 있다.
J올레드는 2015년 일본 정부 주도로 소니와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 등 일본 패널업체의 올레드 관련된 사업부가 통합해 출범했다.
모두 한때 디스플레이 분야 선두기업으로 꼽히던 기업인 만큼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패널업체의 기술력에 막대한 중국의 자본력까지 더해진다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강력한 새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강력한 새 경쟁사가 중소형 올레드시장에 진입한 가운데도 점유율과 실적에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미 중소형 올레드를 10년 이상 양산해 왔고 기술력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진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현지 패널업체의 LCD사업 확대와 올레드사업 진출을 돕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NHK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재팬디스플레이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뒤 중국에 44억 달러(약 5조 원)을 들여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