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스마트폰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가파른 성장을 꺾고 실적과 시장 점유율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해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만큼 고 사장이 '갤럭시S10'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능을 대폭 강화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26일 "화웨이가 올해 애플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뛰어넘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카메라 성능을 강화한 P20 시리즈가 크게 흥행한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기관 IDC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이미 자체 목표였던 2억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 30% 이상 늘어나는 수치다.
화웨이의 성과가 외국언론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도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P20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가 출하량 증가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IB타임스에 따르면 화웨이가 3월 출시한 P20프로의 올해 출하량은 1600만 대, 10월 출시한 메이트20프로 출하량은 500만 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시리즈 출하량이 3천만 대, 갤럭시노트9가 900만 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이미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을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고가 스마트폰시장을 양분하며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왕좌를 장기간 지켜 왔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화웨이에 맞설 방어전선을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수요를 빼앗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성장세를 꺾는 과제가 더욱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화웨이 P20 시리즈 출하량이 지난해 P10과 비교해 20% 이상 늘어난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S9 출하량은 갤럭시S8 시리즈의 대비 약 20%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고동진 사장은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둔 갤럭시S10에 화웨이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카메라 등 핵심 요소를 더 우수한 기술력으로 발전시켜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화웨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수요 이동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P와 메이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독일 카메라업체 라이카와 협업해 개발한 듀얼 카메라 또는 트리플 카메라를 적용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CEO는 최근 GSM아레나 등 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P30' 등 차기 제품에 4~5개의 후면 카메라와 7인치 이상의 대화면이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10에 적용되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성능 발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갤럭시S9 시리즈는 대화면 모델에만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고 화면 크기도 5.8~6.2인치로 갤럭시S8 시리즈와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내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여지가 커진 셈이다.
테크레이더 등 외국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갤럭시S10 시리즈는 최대 6.7인치의 화면을 탑재해 출시된다. 역대 가장 큰 화면을 탑재했던 갤럭시노트9의 6.4인치보다 더 큰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것이다.
기본 모델에는 듀얼 카메라, 대화면의 고급형 모델에는 트리플 카메라가 적용되며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을 밝게 찍는 새 소프트웨어 기능 '브라이트나이트'도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제품과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고 사장이 과거 혁신적 카메라 기술을 중저가 스마트폰에 먼저 선보일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A7과 갤럭시A9 등 중저가 스마트폰에 망원카메라와 광각카메라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는 트리플 카메라와 쿼드 카메라를 탑재해 내놓았다.
▲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20' 시리즈. |
갤럭시S10 시리즈에 적용되는 트리플 카메라도 유사한 기능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고 사장은 올해 갤럭시S9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눈길을 끌고 시장에서 오래 가지 못하는 제품보다 지속성과 사용경험을 스마트폰 개발의 중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9는 이런 기조를 반영해 외관 변화보다 성능과 안정성 강화에 집중한 제품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갤럭시S9 판매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이런 전략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갤럭시S10에는 반대로 눈에 띄는 수준의 외관 변화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사업에서 경쟁사의 기술 발전에 빠르게 대응하는 장점을 보여 왔다"며 "화웨이 P20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반큼 갤럭시S10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