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티맵택시의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카카오택시의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카카오택시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시장 확대에 주춤한 틈을 타 이용자와 택시기사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마케팅으로 택시호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SK텔레콤은 11월5일 재출시한 택시 호출 서비스인 티맵 택시의 가입 기사가 10만2000명을 넘어섰다고 11월25일 밝혔다. |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택시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을 맞아 대대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승차거부 없는 티맵택시다.
SK텔레콤은 18일부터 서울시와 협력해 연말 심야시간대 강남•홍대•종로에서 기사가 승객들의 호출을 거부할 수 없는 티맵택시 300대를 운행한다. 서울시가 지정한 승차지역 근처에서 티맵택시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위치의 택시가 의무적으로 배차된다.
대대적 할인행사 또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의 하나다.
SK텔레콤은 올해 말까지 T멤버십 가입자가 티맵택시를 이용하면 택시요금을 10% 할인해준다. 11월21일에는 택시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T데이’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15년 티맵택시가 처음 나왔을 때 실패한 원인은 마케팅에 열정을 쏟지 못한 것이라 생각해 내부적으로 반성하는 부분이 있다”며 “모빌리티사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사이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풀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허용에 반대하며 분신 자살한 택시기사 최모 씨의 죽음을 계기로 카풀 도입을 내년으로 연기하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4개의 택시기사 단체들이 연합한 택시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사업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반면 SK텔레콤은 택시기사들을 배려한 서비스도 내놓았다.
티맵택시가 재출시 당시 차별성으로 내세운 특징 가운데 하나는 택시기사 3만 명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버튼식 ‘콜(Call)잡이’였다. 기사가 스마트폰에 손을 뻗지 않고 운전대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 쉽고 안전하게 고객 호출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여지영 SK텔레콤 TTS(Total Transportation Service) 사업유닛장 상무는 “직원들과 직접 택시 면허를 따 택시를 운행해보며 택시기사들의 필요를 파악했다”며 티맵택시가 기사 친화적 서비스임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카풀 서비스 도입 관련 질문에 “현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도 기사들의 티맵택시 가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티맵택시 가입자는 11월5일 기준 6만5000여 명에서 11월25일 기준으로 10만2000여 명까지 단기간에 급증했다.
물론 티맵탭시의 성공을 섣불리 장담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카카오택시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해결된다면 더 이상 티맵택시가 반사이익을 얻기 어려운 만큼 SK텔레콤에게는 계절 특수를 노린 단기 마케팅과 일시적 할인 혜택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티맵택시를 발판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구상 아래 장기적 관점에서 티맵택시를 키워나갈 계획"이라면서도 “내년 마케팅 계획과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택시업계가 직접 택시 호출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노조, 전국민주택시노조 등 택시 노동자 단체 4곳이 내년 1월 중순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 ‘티원 택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고객과 택시기사 양측에서 모두 폭넓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이후 경쟁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티맵택시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지만 월 1100만여 명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티맵’과 연동이 편리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티맵택시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