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와 금감원은 12월 들어 예산안 문제로 갈등이 크게 높아졌다. 금융위가 19일 정례회의를 통해 금감원 2019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 삭감하면서 금감원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21일 성명을 통해 “금융위가 관료 출신이 아닌 데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윤 원장을 손보기 위해 예산안으로 갑질을 했다”며 “금융위의 예산 갑질을 놓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은 올해 예산안 문제로 부딪히기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갈등해 왔다.
금감원은 5월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을 감리한 뒤 분식회계라는 의견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원에 감리가 부실하다면 재감리를 명령했다. 금감원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 셈이다.
금감원은 재감리 과정에서 삼성 내부문건을 입수해 고의적 분식회계를 입증했고 증권선물위도 11월에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금융위가 체면을 구긴 것이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도 주요 금융 현안마다 다른 생각을 내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키코(KIKO)사건 재조사 문제 등 금융 현안에서 사사건건 다른 의견을 냈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의 갈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는 10월24일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설전이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회계감리 과정에서 감리 대상인 기업이 변호사를 입회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려는 데 윤 원장이 반대하자 최 위원장은 “원장님은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주장하셨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과 윤 원장의 갈등 원인으로 두 사람 모두 주관이 강하지만 서로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 꼽힌다.
최 위원장은 ‘뚝심의 최종구’로 불릴 만큼 추진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윤 원장도 뚜렷하게 목소리를 내온 소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경제 관료 출신이다. 행시 25회에 합격한 뒤 30년 넘게 경제부처에서 일 했다. 반면 윤 원장은 줄곧 '금융개혁'을 주장해온 학자 출신이다.
금융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윤 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금융위의 해체를 주장해 왔다.
그는 한국금융학회에서 2012년 내놓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금융감독 업무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금융정책 업무는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엑셀러레이터(가속장치)가 브레이크(제동장치)를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5월 금감원장 취임사에서도 “금융감독을 제재로 수행하려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