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모집한 자금의 규모가 6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IB)가 자금 조달을 위해 만기 1년 미만으로 발행하는 자체 신용의 어음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2곳만이 금융위원회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발행어음을 발행한 뒤 2018년 11월까지 1년만에 발행어음으로 3조7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7월부터 발행어음을 발행하기 시작해 11월까지 불과 4개월만에 1조56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어음은 발행될 때마다 순식간에 완판될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 속도를 조절할 정도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안에 발행어음 발행실적 2조 원을 넘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발행어음의 발행목표치를 크게 올려 잡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9월부터 발행어음의 발행한도가 자기자본의 200%로 늘었다”며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에 6조 원의 발행어음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자본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본이 ‘모험자본’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한화손해보험, DB생명보험에서 발행한 후순위채와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찍어낸 영구채에 투여했다. 이 지원으로 보험회사들이 순조롭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삼성중공업에도 모두 1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 사모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발행어음의 활용도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2일 투자자문·일임분야 규제의 개선을 추진하면서 발행어음을 투자자문·일임의 대상 자산으로 넣기로 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나 종합금융회사들이 발행어음을 투자 포트폴리오안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외화표시 발행어음을 허용한 점도 호재다. 업계에서는 외화표시 발행어음이 발행되면 외화예금 수요의 상당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업계 관계자는 “외화표시 발행어음의 금리가 은행의 외화예금 금리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수출 기업들의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시장은 2019년에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이 새로 발행어음 허가를 받아 새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
KB증권은 과거 현대증권 시절 받았던 징계로 6월까지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 7월에는 징계에서 벗어나자마자 내부 직원이 고객의 휴면계좌를 이용해 투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인가신청 절차가 지연됐다.
그러나 직원의 단순 범죄로 KB증권에 내려질 징계가 경징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르면 2019년 2~3월에는 발행어음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관계자는 “적절한 발행어음 인가신청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며 “이미 내부조직은 정비해 놨기 때문에 인가만 받는다면 발행어음 시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