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한꺼번에 맞고 있다. ‘엑소(EXO)’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역외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앞날에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개그맨 이윤석은 지난해 1월 한 케이블 토크쇼에서 “SM의 늦둥이 엑소가 이수만 씨의 노후를 책임지는 열두 효자”라며 말해 모두 배꼽을 잡게 했다.
엑소는 이 회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엑소는 12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멤버 12명 중 4명은 중국인이다. 이 회장은 처음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이 그룹을 만들었다. 최석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엑소 효과로 SM엔터테인먼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6%, 35% 증가한 2026억 원과 47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엑소는 데뷔한지 2년 만에 연 매출 3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웬만한 기획사들의 연간 총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음반 판매량만 100만 장이 넘었다. 광고 계약한 회사만 11개에 이른다.
올해 중국 엔터테인먼트회사와 계약해 중국 현지에서 방송과 광고 출연을 본격화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는 엑소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엑소 쇼타임’의 방영권을 중국에 판매한다. 광고 수익을 나누는 조건인데, 중국의 광고료는 국내보다 40% 이상 높다.
중국과 한국을 활발히 오가는 엑소 때문인지 팬들의 활동도 글로벌하다. 지난 21일 엑소 팬들은 엑소 멤버 시우민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시우민 이름으로 NGO단체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에 1천만 원을 기부했다. 또 중국 사막에 나무심기 운동을 하는 ‘미래숲’에도 일정금액을 기부했다.
오는 4월20일 생일을 맞는 루한을 위해 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국 팬들이 뭉쳤다. 서울 시내버스와 공항버스에 한달 동안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420번 버스에도 생일 축하 광고를 내는 등 ‘엑소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이 회장은 엑소에 만족하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그룹을 계속 찾고 있다. SM C&C가 지난해 8월 인피니트와 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합병했다. 이 회장은 이 인수합병을 놓고 “SM그룹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저 음악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환으로 본격적인 레이블화를 추진한다”고 공식선언했다.
레이블화란 음반제작과 유통에 관여하지 않고 음악만 만드는 회사를 말한다. SM그룹의 올해 레이블 매출은 180억 원으로 지난해 44억 원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앞으로 이 회장이 이런 중소형 기획사 인수합병을 통해 SM그룹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펼칠 것으로 내다 본다.
이 회장은 세계로 판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경험을 지닌 스타들을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다. 2000년 초반부터 한류를 이끈 강타와 보아에게 SM의 비등기 이사직과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지난 24일 "두 이사는 향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다양한 콘텐츠와 신규사업 기획에 참여해 글로벌 활동을 통해 쌓은 역량을 발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
|
▲ 그룹 엑소가 지난2월 '강남구 관광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신연희 구청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
하지만 이 회장은 암초를 만났다. 바로 역외탈세 의혹이다. 국세청은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빼돌려 미국 로스앤젤러스에 호화별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별장은 480만 달러(약 50억 원)에 이르는데 이 회장은 해외 부동산 투자한도가 넘어서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공동으로 이 별장을 구입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페이퍼 컴퍼니의 주소가 SM엔터테인먼트의 해외공연 사업을 담당하는 홍콩 법인의 주소와 동일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SM엔터테인먼트의 해외공연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역외탈세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는 “탈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이 회장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차질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의 매출 비중은 이미 국내 30% 해외 70% 수준이다.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훨씬 많다.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2011년 경제전문채널 블룸버그TV는 ‘K팝은 왜 한국 산업의 가장 잠재력 있는 무기가 됐나’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의 파워 브랜드는 보아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그래서 탈세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치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