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외곽 호아락하이테크단지(HHTP)에서 열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엔진부품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12월5일 1박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김 회장이 해외 사업장을 직접 찾는 것은 2017년 12월 중국 장쑤성 난퉁의 한화큐셀 치둥 공장을 방문한 지 1년 만이며 베트남을 찾는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에서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방산 계열사로 김 회장의 이번 방문은 한화그룹의 항공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베트남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특히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사업에서 베트남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주요 대상인 아세안 10개국 가운데서도 핵심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베트남 수출규모는 2020년이면 1천억 달러에 이르러 유럽연합(EU) 전체의 수출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은 13일 아세안 정상회의를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을 아세안 10개 나라 가운데 가장 '효자 나라'로 꼽기도 했다.
한국과 교역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0월 말과 11월 초 각각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공장 준공식에는 응우옌 총리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역시 응우옌 총리와 한화그룹 사업 전반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태양광사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아떨어진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1%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 차원에서 태양광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내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기로 한 ‘재생에너지3020’ 계획보다 더 빠르다.
베트남 정부는 2017년 태양광 관련 투자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태양광업체에게 법인세와 관세 혜택, 토지 사용료 면제 등을 지원하는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지원 결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22년까지 한화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통해 주요 사업에 2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가운데 9조 원을 태양광사업에 투입한다.
김 회장은 하반기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의 합병,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의 합병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에 앞서 태양광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10월 한화에너지를 통해 베트남 호치민에 태양광사업을 담당할 지사를 설립해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7년 12월11일 중국 장쑤성 한화큐셀 치둥 공장을 찾아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큐셀 치둥 공장은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의 중국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한화그룹>
한화에너지는 3분기 보고서에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제도가 기대되는 베트남을 태양광사업의 주요 개발시장으로 선정하고 현지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를 통해 지속적 태양광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8월 발표한 한화그룹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한화그룹은 2018년 5월 기준 해외에 진출한 계열사의 65.2%(214개)가 태양광 관련 계열사”라며 “앞으로 한화그룹의 태양광 관련 해외 계열사 진출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그룹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태양광사업을 활발히 하는 만큼 김 회장이 베트남 투자를 강화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태양광사업은 김 회장에 이어 한화그룹을 이끌 1순위 인물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사업은 김동관 전무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능력을 입증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성과가 중요할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베트남 방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한 것”이라며 “태양광 등 다른 사업들을 논의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