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XS 시리즈와 아이폰XR 등 새 스마트폰 생산량을 기존 계획보다 더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낮은 보급형 모델의 판매 비중 확대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형 올레드 패널과 듀얼 카메라, 3D센서와 같이 고가 모델에 탑재되는 부품 공급을 주로 담당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한국 부품업체가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에 새 아이폰 3종의 생산량을 모두 기존 계획보다 낮춰 주문했다.
특히 아이폰XR의 생산 주문량은 10월 말에 3분의1 정도가 줄어들었는데 최근 추가로 감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관련된 부품업체에 매우 실망스러운 소식이 될 것"이라며 "애플이 스마트폰 수요 침체와 중국업체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새로 출시한 아이폰의 생산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아이폰7과 아이폰8 시리즈 등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옛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판매가격이 최소 749달러에서 1499달러에 이르는 새 아이폰에 소비자들이 큰 가격 부담을 느끼자 449달러부터 판매되는 구형 모델로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미국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아 월마트와 타겟, 티모바일 등 주요 유통망에서 아이폰8 시리즈의 판촉행사가 강화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구형 아이폰은 LCD 패널과 싱글 카메라, 저용량 메모리반도체 등 저가 부품의 탑재 비중이 높은 만큼 애플이 부품 원가를 대폭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XS 시리즈와 아이폰XR에 사용되는 고가 부품을 주로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한국 주요 부품업체가 애플의 전략 변화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XS 시리즈에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삼성전기는 올레드 전용 기판과 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한다.
LG이노텍은 아이폰XS 시리즈와 아이폰XR에 모두 탑재되는 3D센서와 아이폰XS의 듀얼 카메라 등을 공급해 대부분의 실적을 올린다.
옛 아이폰의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 자연히 고가 부품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부품업체는 공급량이 줄어들거나 저가 부품의 공급 비중이 증가해 실적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부터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애플 아이폰X 판매량이 급감하며 공급물량이 줄고 공장 가동률이 크게 낮아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아이폰XS 시리즈 판매량이 이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에 아이폰 생산 축소에 따른 '한파'가 더 일찍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애플 아이폰XS 시리즈에 적용되는 올레드패널과 듀얼카메라. |
LG이노텍도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모듈 공급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아이폰 생산량 감소에 따라 당장 4분기부터 실적에 타격을 받게 됐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 감소가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에 더 무게를 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 변화를 중장기적으로 지속한다면 고부가 부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국업체들이 아이폰에 실적을 의존하기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 고가 전략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LG이노텍이 아이폰용 부품 공급 실적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8 등 옛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을 늘리며 한국 부품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