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영국 정부를 대상으로 전략의 방향을 다시 잡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권을 보유한 자회사인 뉴젠을 청산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전력공사는 수주 전략에 수정이 필요해졌다. 뉴젠은 도시바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한국전력은 2017년 10월부터 뉴젠을 인수하기 위해 도시바와 계속 협상을 이어왔지만 도시바가 뉴젠을 청산하며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로 했다.
한국전력이 앞으로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협상해야 할 대상이 도시바에서 영국 정부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도시바가 뉴젠을 청산하면서 한국전력은 앞으로 영국 정부를 대상으로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며 “기존에도 한국전력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영국 정부와 교섭해왔기 때문에 계획이 지연되는 등 큰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뉴젠 인수를 추진할 때도 동시에 영국 정부와 꾸준히 협상해 왔던 만큼 한국과 영국의 공동 실무기구 등 기존 관계를 바탕으로 영국 정부와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그동안 “영국 무어사이드 투자·운영 방식이 바뀐 데다 원전은 10년 동안 건설해 60년 동안 전기 장사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영국 원전산업 규제가 변경돼 한국전력은 이에 따른 무어사이드 원전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사업비가 21조 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로 원자로 3기를 2030년까지 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영국 정부는 6월 원전사업에 RAB모델을 새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RAB모델은 규제자산 기반 모델이라고도 불리며 정부기관이 일부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기대수익도 낮아진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RAB모델을 원전사업에 적용할 때 기간, 정부 참여도, 지분율 등 구체적 사항들을 밝히고 있지 않아 한국전력도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에 참여조건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RAB모델과 관련해 도시바 및 뉴젠과 함께 ‘공동 타당성 연구’를 진행했지만 당분간은 이러한 연구도 한국전력이 단독으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가 무어사이드원전 사업을 다시 공개입찰에 부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개입찰이 진행되면 그동안 한국전력의 경쟁자로 꼽혔던 중국 광동핵전공사(CGN),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 등 회사들과 경쟁하게 될 수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공개입찰 등 구체적으로 영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며 “한국전력은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를 상대로 최선을 다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