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주력상품의 고가 전략을 강화하면서 3차원(3D) 센서와 고용량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고가 부품의 탑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애플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박종석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1일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이 새로 출시한 태블릿PC '아이패드프로' 신모델에 증권사들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JP모건은 "새 아이패드프로는 디자인과 기능이 대폭 강화돼 충분한 혁신을 보여준 만큼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 것"이라며 "특히 얼굴인식 기능이 새로 적용돼 편의성을 높였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10월30일 미국 뉴욕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선보인 새 아이패드프로는 가격이 이전 제품보다 비싸졌지만 프로세서 성능과 휴대성, 디자인 등 측면에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 로젠블라트는 "아이패드에도 얼굴인식 기능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3D센싱 모듈을 공급하는 기업에 긍정적"이라며 "내년부터 노트북에도 3D센싱 모듈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얼굴인식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3D센싱 모듈의 물량 대부분을 공급한다. 3D센싱 모듈은 수익성이 높아 실적에 기여하는 폭도 크다.
3D센싱 모듈이 탑재되는 애플 모바일기기는 지난해 아이폰X 1종에 그쳤지만 올해는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을 포함한 4종으로 늘어났다.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노트북과 인공지능 스피커, 셋톱박스 '애플TV'까지 얼굴인식 기능을 점차 확대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이노텍의 수혜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수요 침체에 대응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하드웨어를 강화하면서 평균 판매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새 아이패드프로는 미국 기준으로 799달러부터, 아이폰은 749달러부터 판매된다. 기본 모델 가격이 모두 얼굴인식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이전 제품보다 비싸졌다.
아이폰XS 시리즈의 최대 낸드플래시 탑재 용량이 512기가, 아이패드프로의 최대 용량이 1테라바이트(약 1024기가)로 늘어난 점도 이런 전략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XS 512기가 모델은 64기가의 기본 모델보다 판매가격이 350달러 비싸다. 아이패드프로 12.9인치 1테라 모델 가격은 1549달러로 64기가 기본 모델의 2배 수준이다.
고용량 모델을 출시해 가격을 높이는 것은 실제 낸드플래시 원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업계 최초로 512기가 모바일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시장을 선점한 만큼 애플의 고용량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 확대에 수혜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용 낸드플래시업체 가운데 공급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도 고용량 모바일 낸드플래시의 수요 확대에 수혜를 볼 공산이 크다.
▲ 얼굴인식기능과 최대 1테라바이트 메모리를 탑재한 애플 새 '아이패드프로'. |
새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능이 크게 높아진 만큼 탑재되는 모바일 D램의 평균 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모바일D램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관련 업체들은 대체로 스마트폰 부품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스마트폰시장 흐름과 반대로 고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량을 늘리면서 고가 부품의 구매처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이노텍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모두 애플과 오랜 협력관계를 구축한 만큼 꾸준한 부품 공급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바일 고객사에 고용량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늘려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