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 부회장이 증류소주시장 공략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저도주와 과일소주 등 소주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도전을 이어왔는데 또 한 번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25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식품업계 CEO의 간담회에서 증류소주사업을 확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의 전통주인 소주는 원래 쌀 등 곡류로 담근 밑술을 증류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하지만 1960~1970년대 쌀 소모가 많은 전통주를 규제하는 정책이 이뤄진데다 주정을 물로 희석해 만드는 희석식 소주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증류소주는 소주시장의 주류 자리를 내줬다.
이 부회장은 “일본은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가 반반인데 우리나라는 희석식 소주가 99%”라며 “롯데는 증류소주를 진로와 함께 활성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역별 평야에서 나는 특정 쌀을 이용한 증류소주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쌀 가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쌀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증류소주로 쌀 소비도 촉진하고 우리 고유 소주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증류소주 제품 개발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 쌀을 이용하는 방안 등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주류 대표시절인 2016년 100% 국산쌀을 이용해 만든 증류소주 대장부를 처음 출시했다.
또 대장부보다 도수가 낮은 대장부21도 내놓고 증류소주 대중화에 나섰다. 대장부21은 기존 희석소주와 동일하게 초록색 병에 담아 출고가를 낮추면서 소비자에게 가깝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했다.
대장부21의 판매가격은 기존 희석소주보다 다소 비싸다. 희석소주의 원재료인 쌀을 낮은 가격에 공급받으면 제품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증류소주만의 장점을 부각한다면 판매 확대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쌀 생산량 감소로 최근 쌀값은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0월 쌀값은 80㎏당 19만3천 원 수준으로 수매제에서 공공비축미 매입제로 변경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쌀값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면 공격적으로 증류소주 사업을 확대하기는 부담이 따른다.
이 부회장이 요구한 ‘국가 차원의 경쟁력 있는 쌀 가격’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의 쌀값 안정화정책에 역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 소비 증가와 공급 감축을 통한 쌀값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장관은 10일 국정감사에서 “정부 쌀 목표가격은 19만4천 원 플러스 알파”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증류소주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저도주와 과일소주에 이어 세 번째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이 부회장은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소주인 처음처럼을 통해 저도주시장 경쟁에 불을 붙였다. 처음처럼은 소주 도수의 금기처럼 여겨졌던 20도를 처음으로 깼는데 이 부회장은 도수를 19도, 18도, 17.5도로 차츰 낮췄다.
또 2015년 3월 유자과즙과 유자향을 첨가한 과일소주 처음처럼 순하리를 출시하면서 과일소주시장을 열었다. 처음처럼 순하리가 좋은 반응을 얻자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자몽에 이슬 등 유사 상품들이 잇따라 나왔다.
이 부회장은 소주 외에도 이른바 ‘신동빈 맥주’로 불린 클라우드의 시장 안착에도 기여했다. 주류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도전을 통해 성과를 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1978년 롯데칠성음료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롯데아사히주류 대표,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을 거쳐 2017년 롯데그룹 식품BU 부회장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